이혜훈(사진) 바른정당 대표가 7일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지난 6월 당 대표로 선출된 지 74일 만이다. 바른정당은 ‘독자생존’과 ‘보수통합’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소속 의원 전체회의에 참석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안보와 민생의 심각한 이중 위기 국면에서 야당 대표로 막중한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사려 깊지 못한 불찰로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바른정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소속 의원과 당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저의 부족함은 꾸짖어주시되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길을 굳건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퇴의 배경이 된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참 억울한 누명이지만 모든 진실과 저의 결백을 검찰에서 떳떳하게 밝히겠다”며 무죄 입증을 자신했다.
이 대표가 조기 낙마하면서 바른정당은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한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에서는 당장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비대위 체제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의견부터 주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권한대행체제를 유지하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주장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바른정당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당의 전면에 나서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비대위원장을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하지 않겠다. 뒤에서 돕는 것이 더 낫다”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유 의원은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당의 총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해 당의 의견이 모이면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내 대표적 자강론자인 이 대표가 중도 하차하면서 독자생존과 보수통합의 선택지를 둘러싼 당내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표는 “자강이 옳다는 동지들의 자강론 불씨가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깊게 고민했다”며 자신의 낙마로 자강론이 힘을 잃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당내에는 과거 한 뿌리였던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비롯해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섣부른 보수통합에 반대하는 유 의원이 새로운 당 대표가 될 경우 바른정당은 독자생존 노선을 이어가면서 자강파와 통합파의 치열한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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