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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살인자의 기억법’ “우리 사회 괴물들을 반추...소비되기 보다는 기억되는 영화”

‘세븐 데이즈’, ‘용의자’로 한국 영화계의 장르 귀재로 자리 매김한 원신연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일 범죄 스릴러로 돌아왔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서스펜스를 선사한 소설의 여운을 관객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대로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들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9월 6일 개봉한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 제작 (주)쇼박스, (주)W픽처스)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인해 잊혀졌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김영하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원신연 감독 /조은정 기자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원신연 감독이 자신만의 기억법을 밝혔다. 그는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나온 대사인 ‘네 기억을 믿지마’ 가 아닌 반대로 저 스스로를 믿고 ‘니 기억을 믿어라’ ‘니 기억을 믿어라’ 라고 지속적으로 되 뇌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속에 과거의 기억을 잃으면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되고, 미래의 기억을 모르게 되면 항상 현재에 머무르게 된다는 문장이 있다. 그걸 그대로 감독인 나에게 대입하게 되면, 과거는 물론 미래의 기억을 잃어 현재에 있는 순간에 만들게 되는 영화는 어떤걸까? 생각 자체만으로 끔찍하고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에서 설경구는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17년 전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를 연기하며 극을 이끈다. 병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는 설경구의 내레이션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도중에 절대 기억을 잃어버리지 말자는 되새김을 위해 일기에 기록을 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기억법은 병수의 내레이션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되뇌는 거죠. 그리고 병수의 현재의 복기이며 미래 기억을 되새기는 ‘미래의 일기’로 또 다른 기억법을 만날 수 있어요. 내레이션 활용으로 인해 관객들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어요.”

‘기억법’은 기억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원신연 감독은 “살인자의 기억법이 소비되기 보다는 기억되는 영화가 되길”원했다. 그는 “좋은 영화는 마음을 움직여서 기억되어야 한다”고 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 팝콘 문화도 존중하고 좋아하지만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한 사람의 미래시점에 기억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첨밀밀’을 보고 나서, 사랑에 대한 순수성을 알았고, 시간이 흘러도 여기 가슴 속에 기억되고 있는게 변화지 않고 남아있는 게 좋아요. 그런 영화의 힘이 소중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해요. 한 편의 영화가 누군가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더 (나쁘지 않게)변화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봐요.”

배우 설경구 캐릭터 포스터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배우 설현 캐릭터 포스터 /사진=㈜쇼박스


배우 김남길 캐릭터 포스터 /사진=㈜쇼박스


그렇기에 원감독은 ‘살인자의 기억법’이 장르영화로도 즐길 수 있지만 김병수란 인물을 응원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도 있음을 밝혔다. 소설이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원감독이 힘을 쏟은 부분은 ‘살인과 죄의식’이란 기본적인 메시지 외에도 ‘한 인간이 절실하게 이루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했던 부성성’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기억과 시간, 삶과 죽음, 인간의 악마성등에 관한 작품입니다. 인물에 한 걸음 더 들어가자면, 반성에 관한 화두도 던지고 있는 이야기죠. 좀 더 나아가 한 인간이 절실하게 이루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했던 부성애를 담아내고 싶었어요. 연쇄살인범 의식세계에만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인물에 대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크진 않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였어요. 연출자의 시선 그리고 시각으로 그렇게 인물들을 애정 하고픈 마음이 있었어요. 원작을 재창조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김영하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40분 만에 독파하고 영화화를 결심한 그는 제작 과정을 ‘퍼즐’에 비유하며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재미 종합 선물세트다. 영화화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작품”이라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이어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 먼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던 그의 연출 의도가 이해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낼 수 있는 몬스터, 괴물들을 오히려 반추해서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음 해요. 이런 고민들을 좀 더 해보자란 의도가 있죠. 물론 감독의 깊은 의도를 생각하면 영화가 재미 없으니 연출노트에만 적어놓기도 해요. 그러면서도 의외로 캐치하시는분들이 많아서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들킬 때 느끼게 되는 의외의 쾌감이 좋습니다. 철학적 사유가 느껴지면 폭넓은 재미를 안겨 의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 원작소설이 워낙 단단하다보니까, ‘살인자의 기억법’이 더 읽어낼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 듯 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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