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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위기·인사청문회...4당(黨) 4색(色)

■여당 역할 못하는 민주당

예산안·개혁입법 차질 속 인사 문제로 당청 엇박자

"박성진, 靑이 판단할 문제"

■내홍 휩싸인 한국당

친박 청산작업 본격화 "계파 갈등의 늪" 빠지나 우려

洪 "친박, 보수 궤멸시킨 책임 물을 것"

■존재감 높이는 국민의당

김명수 생사여탈권 쥐어..보수·진보서 몸값 상승

■중심 못잡는 바른정당

'자강 vs 통합' 마찰...11월 조기전대가 봉합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대정부질문 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솔직 대담 특강 및 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전 전북 김제시 공덕면 제말리 밭에서 고구마를 수확한 후 새참으로 고구마 튀김을 먹고 있다./연합뉴스


주호영(왼쪽)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정당 의원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문을 연 지 2주일이 지나면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4개 정당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년 만의 정권교체로 집권여당의 자리를 꿰찼지만 새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개혁작업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내각 인사를 놓고 청와대와의 마찰까지 불거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 역시 친박 청산과 보수 통합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고조되면서 내홍을 겪는 모습이다. 그 사이 원내 3당인 국민의당은 주요 현안마다 여야를 오가며 캐스팅보트로서의 몸값을 한껏 높여가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그야말로 4당(黨)4색(色)의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원내 정당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더불어민주당, 黨靑 삐긋=헌정 사상 초유의 헌법재판소장 인준안 부결 사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민주당은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을 놓고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4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한 여야 간사회동을 열었지만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김 후보자가 사법부를 이끌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며 부적격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마저 김 후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김이수 전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의 책임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가 거친 설전을 벌이면서 앙금은 더욱 깊어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헌재소장에 이어 대법원장 후보자까지 인준안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금 상태로 야당이 계속 인사 어깃장을 놓으면 퇴계 이황이나 황희 정승을 모셔와도 청문회 통과가 어렵다”며 “다음주까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가결하지 못하면 헌정 사상 초유로 대법원장이 없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다”면서 야당을 압박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당청 간 엇박자가 나오는 것도 또 다른 부담이다. 전날 민주당은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을 사실상 묵인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결국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릴 문제”라며 청와대로 공을 넘겼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면 당청 갈등이 노출되는 것은 물론 개혁입법에 주력해야 할 여당의 발목을 잡으면서 정국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親朴 청산 놓고 몸살=한국당은 친박 청산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대정부 투쟁의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한국당 혁신위원회는 전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자진 탈당을 권고했다. 사실상 제명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다. 혁신위는 당내 다른 친박 의원들을 향해서도 추가 탈당 권고 조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인적 청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국당이 친박 청산을 공식 선언하자 친박계를 중심으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전날 “대여 투쟁을 위해 당을 하나로 모아야 할 시점에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홍준표 대표와 거친 설전을 벌였다. 또 다른 당내 중진 의원도 “지금은 덧셈의 정치를 해야지, 뺄셈의 정치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번 혁신안은 결국 홍 대표의 몰락을 자초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핵 안보 위기와 잇따른 인사 논란 등 정부 여당의 실정을 공격하는 데 당의 동력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친박 청산 카드를 꺼내 들며 당을 분열로 몰고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친박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홍 대표는 이날 연세대 특강을 통해 “친박은 이념집단이 아니라 국회의원 한번 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의 치맛자락을 잡은 집단”이라며 친박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홍 대표는 혁신위의 탈당 권유 조치에 대해서도 “한국 보수우파를 궤멸시킨 책임을 물어 당을 나가라고 한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꼼수가 아닌 큰 수”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와 친박계의 갈등이 가속화할 경우 대여 투쟁의 동력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당내 혁신마저 좌초되면서 또다시 계파 갈등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 캐스팅보트 역할=‘안철수 체제’ 이후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김이수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한 국민의당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생사여탈권도 쥐게 됐다. 김 후보자 가결로 얼어붙은 정국을 풀지, 부결로 여당의 기를 꺾을지 국민의당의 결정에 달린 셈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4일 전북 익산과 김제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코드 인사, 캠프 공신 인사보다는 조금 더 공정한 인사를 하기 바란다”며 “지금처럼 하면 반드시 역풍을 맞는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과연 시기가 지금인가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김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 여부를 두고 협상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이 청문보고서 채택 협의에 참여할 경우 동참한다는 입장이었던 만큼 국민의당의 참여로 모이게 됐다.

국민의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추후 열릴 김 후보자 표결 처리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논의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보고서 채택과) 인준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을 잡는 것은 별개 문제”라며 “25일 이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여당) 요구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향후 국회 상황을 보며 표결에 임하겠다며 주도권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한때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2중대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김이수 표결’처럼 진보와 보수를 오가며 ‘중도정당’으로서의 주가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민주당과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 지도부는 이날도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향해 “시정잡배 수준의 망언을 늘어놓았다”고 성토했다.

◇바른정당, 자강파와 통합파 갈등=바른정당은 이혜훈 전 대표 사퇴 이후 중심을 못 잡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당내 갈등이 지도부 구성 문제로 다시 불거졌다. 여기에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이 맞물리면서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지난 13일 자정까지 끝장토론을 벌여 ‘주호영 권한대행 체제, 11월 조기 전당대회’로 지도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당 대표 후보로는 유승민·김세연·김용태·하태경 의원이 거론된다.

애초 정기국회 일정을 고려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자는 입장에 무게가 실렸지만 당내 의원들의 반발로 조기 전대가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를 각각 열었고 숙의 끝에 가장 이른 시간에 전대를 치르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자강파들은 유승민 비대위원장 체제를 끝까지 주장했지만 지지율 정체와 소수정당의 한계를 내세우는 통합파들의 반대로 조기 전대라는 절충안을 만들었다. 절정으로 치닫던 당내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보수 통합을 둘러싼 자강파와 통합파 간 대립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통합파는 한국당의 인적 청산 수위에 따라 한국당과의 보수 통합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당의 친박 청산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해 추이를 살펴본 뒤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의 인적 쇄신 발표에 대해 “정치는 대의명분에 입각해야 한다. (한국당 쇄신안이) 그에 맞는 수준인지는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자강파는 한국당의 쇄신안을 낮게 평가하며 통합론에 선을 그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 정도를 가지고 혁신이라고 하다니 가소롭다”고 꼬집었다.

/김현상·류호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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