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스토리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공간으로 글쓴이의 인간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보는 만큼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어도 글을 읽는 사람은 해당인이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이 판결의 근거가 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1부(강태훈 부장판사)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인중개사 강모(59)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17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 2015년 5월 자신이 운영하는 A부동산에서 퇴직한 직원 정모씨를 비방하는 글을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스토리와 공인중개사 모임 인터넷카페에 올린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그는 정씨를 ‘정 실장’으로 지칭하며 “꼴값을 떠는 거였더라”, “받는 데만 익숙한 지독한 공주과”라고 썼다.
원심은 ‘정 실장’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누구를 비방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모욕죄가 인정되려면 모욕의 대상이 특정돼야 한다. 글 쓴 사람이 비방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읽는 사람이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가입자가 2만8,000여명인 인터넷카페에 올린 글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봤지만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글은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인터넷 카페와는 달리 카카오스토리는 ‘정 실장’이 정씨를 지칭한다는 점을 알 만한 사람들이 글을 읽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A부동산을 통해 거래한 고객이나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직원 중 상당수는 강씨의 전화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그 내용이 정씨를 지목하는 것임을 넉넉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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