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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성장 주름 팬 서울 '못났다' 할 순 없죠"

서울경제 백상경제연구원 '퇴근길 인문학' 네 번째 연사 서현 교수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

인간·자연친화적 모습 거리 멀지만

한국인 삶의 역사 오롯이 담겨있어

서구 지식·기준으로 판단 말아야





“뚜렷한 가치관과 미래를 향한 상상력을 배제한 채 지식만 채운다면 지식인이 아니라 단순한 기술자에 불과하겠지요. 지적으로 자유로운 인간이 되려면 끊임없이 질문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능력(liberal art)이라는 뜻을 가진 인문학의 출발은 ‘왜’라고 물을 수 있는 힘에서 비롯되니까요. 건축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오는 20일 서울도서관 사서교육장에서 열리는 ‘내 인생으로의 출근-퇴근길 인문학’의 네 번째 강의인 ‘도서관과 권력자들: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디지털 도서관까지’를 주제로 대중과 만나는 서현(사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가 “모든 학문의 궁극에는 인문학적인 물음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퇴근길 인문학’은 서울경제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서울도서관과 공동으로 직장인들이 숨 가쁘게 살아온 삶을 성찰하고 인문학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준비한 무료 강연회로 이달 27일까지 5주간 열리고 있다.

그는 “중세 대학에서 가르친 7개 학문(음악·기하·산술·천문·문법·수사·논리)은 교육을 통해 지적으로 자유로운 인간을 만드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 “전화통화만 할 수 있었던 휴대폰의 기능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 강의를 듣는 데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왜 전화기와 음악 재생장치와 인터넷 연결장치는 따로 있는가’를 파고들었다. 이를 묻고 답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인문학”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빨간 도시’ 등 건축을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낸 책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다. 아파트와 고층건물이 밀집한 서울은 건축학적으로 매력을 찾기 어려운 도시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 교수는 “도시의 겉모습은 그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그대로 품고 있다”면서 “그동안 자본의 논리에 따라 압축 성장한 우리 사회를 도시는 항변하고 있다. 자본에 의해 평가받지 않고 모든 인간이 존엄성을 갖고 사는 정의로운 사회가 이뤄질 때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 성장 일변도로 내달리던 대한민국은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도시를 설계해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넓은 도로가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 보행이 편리한 인간 중심적인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그러나 서울의 현재 모습은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해 살아온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어 좋다, 나쁘다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건축물이 서울의 그것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다면 건축물에 대한 판단 근거가 서구의 지식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강연에서 서 교수는 건축물에 숨겨진 권력을 ‘도서관’에서 찾아 인문학적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제왕의 비밀스러운 공간이던 장엄하고 엄숙한 고대 도서관이 현대의 도서관 건축물에는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소개하고 지식과 정보에 대한 권위와 통제, 그리고 사회 구성원의 인식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서 교수는 “제왕의 비호 아래 지식을 쌓았던 고대 도서관은 전면에 열주와 계단을 세워 근엄하고 엄숙한 외형을 갖추고 있다”면서 “인터넷으로 조선왕조실록의 원문까지 다 볼 수 있는 지식 개방의 시대인 오늘날 대학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등 건물에는 아직도 권위와 위엄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강의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인문학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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