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팍팍하고 각박한 일상을 치유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오유진(31·사진)은 19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좁기만 한 클래식의 저변을 넓히는 대중 예술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이 같은 포부를 드러냈다. 6년 동안의 미국 활동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오유진은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갖는다. ‘뷰티풀 로맨스(Beautiful romance)’라는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럽 낭만주의 시대 곡들이 음반의 주요 레퍼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오유진은 인터뷰 내내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높은 성 안에 홀로 갇힌 예술가가 아니라 대중의 곁에 서서 그들에게 위안을 건네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연주자가 연주를 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라면서 “앞으로 최대한 많은 공연을 하면서 기회가 닿는 대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브람스와 슈베르트 등 클래식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듣기 쉽고 이해할 수 있는 곡들을 주로 수록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오유진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콘서트를 앞두고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내 연주의 결점을 찾아내려는 심사위원들이 아니라 내 음악을 즐기러 온 관객들 앞에 서는 무대인 만큼 나 역시 긴장과 설렘을 함께 즐기려 한다”고 미소 지었다.
이번 데뷔 앨범에는 오유진이 15세 때 녹음한 바흐의 ‘샤콘느’도 당시 음원 그대로 수록됐다. 오유진은 “어릴 때 선생님이 갖고 있던 바이올린 명기 ‘루제리’를 빌려 녹음한 곡”이라며 “풋풋하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오유진의 어린 시절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이 곡을 넣었다”고 소개했다.
멘델스 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는 불가리아의 플로브디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완성했으며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D장조’, 엘가의 ‘사랑의 인사’ 등은 미국에서 녹음 작업을 진행했다.
오유진은 2002년 선화예고 1학년 재학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 조기 입학이 결정되며 일찌감치 ‘클래식 영재’로 주목받았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은 젊은 아티스트들이 1년 일찍 입학하는 것을 조기 입학이라고 일컫는데 오유진은 이 시기를 1년 더 앞당겼다. 이후 미국 맨해튼 음대 석사과정에 들어가 핀커스 주커만의 애제자이자 인디애나 음악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리고리 칼리노프스키의 지도를 받았다. 또 뉴저지 주립대 럿거스 대학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해 토드 필립스의 지도 아래 최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오유진은 차기 앨범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쇼스타코비치와 프로코피에프의 래퍼토리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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