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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에서 통영, 관악...45m 화폭에 펼쳐진 우리 강산

동양화가 윤영경 26일까지 금호미술관서 개인전

윤영경의 ‘강산무진 2017’. 총 45m 길이 연작 중 일부 213x880cm. /사진제공=윤영경 작가




강원도 고성에서 피어오른 묵향(墨香)이 바닷바람을 타고, 산세를 따라 굽이친다. 험준한 산맥을 넘을 때는 그 시선이 하늘로 치솟아 산 전체를 한눈에 담아낸다. 동해안에서 시작한 여정은 통영의 남해 바다를 거쳐 경기도 과천의 관악산 자락까지 이어진다.

동양화가 윤영경(42)이 수묵으로 한반도의 진경산수를 그린 최근작 ‘강산무진 2017’은 총 길이만 45m에 달한다. 작가는 세로 210cm, 가로 150cm의 종이 30장을 이어 전체를 완성했다. 종로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오는 26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에는 이 중 23장을 추려 5~6장씩 나눠 걸었고, 작은 두루마리 산수도 함께 선보였다. 방 안에 누워 그림을 보며 명산 여행의 기분을 만끽하는 와유(臥遊)에다, 실제 경치를 그리되 눈이 아닌 마음이 본 형상을 담아내는 겸재 정선의 진경(眞景) 산수를 현대적으로 계승했다. 그래서 전시제목은 ‘와유진경’.

윤영경의 ‘강산무진 2017’. 총 45m 길이 연작 중 일부 213x450cm. /사진제공=윤영경 작가




산수화 전성기였던 조선 시대에도 가로로 긴 두루마리 산수는 폭이 1m 미만이었고, 길이는 10m를 넘는 것이 없었다. 산세를 통해 인생길을 펼쳐 보인 심사정의 ‘촉잔도’도 818㎝, 춘하추동의 경관을 이어 그린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도 총 길이는 856㎝ 정도다. 윤영경의 작품은 그 규모에서 놀라고 세부 표현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인생의 여정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하염없이 오르내리는 먹선이건만 흐트러짐 없이 탄탄하다. 진경으로 그린 이상적 산수 풍경 속에 간간이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시대를 말해줄 따름이다. 사생한 기간이 10년이라 하니 그림 안에는 공간 뿐 아니라 시간도 녹아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윤영경 개인전 ‘와유진경’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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