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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품은 하이닉스 연합]우선협상자 변경만 네차례…인수전 '반전 드라마'

인수 조건 추가에 추가, 혼전 거듭

SK진영 유력했지만 WD에 밀려나

막판 '애플 합류 승부수'로 재선정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인수전은 통상의 인수합병(M&A) 전개 흐름과는 영 딴판으로 흘러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기는커녕 혼전 양상은 더욱 짙어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인수 조건들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혼전을 거듭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뀐 것만 네 차례다. 자국 내 여론을 앞세워 인수 후보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일본 정부의 치밀한 매각 전략은 이런 혼전 양상을 부추겼다. ‘구속력 있는 계약서’에 최종 서명하기까지 승자를 아직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조원 규모의 초대형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막이 오른 것은 지난 2월이다. 원전 사업에서 7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손실을 입은 도시바가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인 메모리 반도체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정보기술(IT) 기기 세트 제조사들이 군침을 흘렸고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기 위해 웨스턴디지털(WD)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과 짝을 이뤘다.

SK하이닉스와 WD, 대만 훙하이 등으로 인수 후보가 압축되며 순조롭게 진행되던 인수전은 WD의 국제 소송 제기로 첫 번째 반전을 맞았다. 도시바와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WD가 ‘우리 동의 없이는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할 수 없다’며 5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도시바는 WD의 강력한 소송 카드에도 불구하고 6월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매각을 강행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수전이 통상의 수순으로 흘러가는 듯했지만 도시바가 한 달 만에 ‘한미일 연합 외에 WD·훙하이와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인수전을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WD의 소송 카드가 예상보다 강력하게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전환사채(CB) 융자 형태로 인수전에 참여한 SK하이닉스의 향후 지분 확보에 따른 경영권 확보 가능성도 이를 경계하는 일본 정부와 여론을 자극했다.



반전이 거듭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8월 말께 일본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WD로 바뀌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판세가 뒤집히자 조급해진 SK하이닉스 진영은 도시바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WD가 점했던 유리한 고지는 애플의 가세로 다시 SK하이닉스 진영에 넘어왔고 도시바는 지난달 31일 “SK하이닉스·WD·훙하이 진영과 모두 협상을 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SK 동맹에 합류한 애플은 ‘WD에 매각하면 도시바로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초강수를 뒀고 도시바는 이달 13일 결국 SK하이닉스 진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재선정했다. ‘소송 리스크’를 ‘공급 차단 리스크’로 압도해버리겠다는 묘수였다. 애플 입장에서도 공급자 중심으로 메모리 시장이 재편되는 것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에 애플과 SK 동맹 모두가 윈윈하는 카드였다. 여기에 연구개발(R&D) 비용을 4조원 지원하겠다는 옵션, WD와의 화해 및 소송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카드도 도시바에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매각 주체와 매각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이 많이 달랐다”면서 “채권은행은 고가의 매각을 원했지만 정서적으로는 기술 유출이 없는 매각을 원했고 도시바는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매각을 원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수전이 혼전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한재영·신희철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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