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비밀리에 중국에서 왕치산 중앙당 기율위원회 서기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배넌이 지난주 홍콩에서 열린 중국 국가소유 투자은행 CLSA의 투자설명회를 마치고 비밀리에 중국 최고위 권력층의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에서 왕치산과 독대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번 회동이 중국 측의 제의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날 왕 서기는 배넌과 90분간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면담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는 연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왕 서기는 시 주석이 집권한 지난 2012년 말부터 당 기율위를 이끌며 거물급 부패 인사를 내몰고 시진핑의 권력 기반을 굳힌 인물로 사실상 시 정권의 2인자로 통한다. FT는 올해 69세인 왕 서기가 10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퇴임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에도 시 주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조력자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배넌은 중국에 더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무역전쟁을 예고한 인물 중 하나로 트럼프 정권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의 설계자로도 유명하다. 중국 당국이 반중론자인 배넌과의 회동을 추진한 것은 그가 홍콩 연설에서 다룬 경제민족주의와 포퓰리즘 운동에 관해 물어보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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