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지난 23일 북한에서 발생한 지진이 한 차례가 아닌 두 차례라고 수정 발표하는 데까지 9시간 가까이나 걸림에 따라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처음부터 두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해 정확도가 떨어지는데다 수정 발표도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위치인 진앙도 5시간만에 수정했다.
기상청은 24일 오전 2시 18분께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북북서쪽 49㎞ 지역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규모 2.6 지진이 한 차례 더 있었다”고 밝혔다. 규모 2.6의 이 지진은 전날 오후 1시 43분께 발생했다. 발생 장소도 함경북도 길주군 북북서쪽 49㎞ 부근으로 오후 5시 29분께 발생한 두 번째 지진과 동일한 지역이다. 이 지진이 발생하고 3시간 46분 뒤에 같은 지점에서 규모 3.2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같은 지점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발생한 지진은 관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앞서 발생한 에너지가 계속해서 관측망에 잡히다 보면 두 번째의 에너지를 잡아내기 힘들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CTBTO도 한반도 근처에는 관측망을 운영하지 않는 데다 분석 내용을 따로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근거로 두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고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다만 이달 3일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함몰지진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어느 한 기관이라도 우리 발표와 내용이 다르면 추가적인 분석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기상청은 이달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일 2차로 발생한 함몰지진을 이틀 뒤인 5일에야 발표했다. 함몰지진 발생 당일 중국 지진국은 붕괴로 인한 대규모 함몰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기상청은 당일에 따로 발표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기상청은 국책 기관인 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함몰지진 감지 사실을 통보받고도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발생 위치인 진앙 역시 20㎞ 넘게 수정했다. 기상청은 첫 발표 당시 길주군 북북서쪽 23㎞(북위 41.14도, 동경 129.20도)에서 지진이 났다고 밝혔다가 발생 5시간여 만인 오후 10시 31분께에야 길주군 북북서쪽 49㎞(북위 41.35도, 동경 129.06도)라고 수정·발표했다. 수정된 위치는 중국 국가지진대망(CENC)이 발표한 지진 발생 위치(북위 41.36도, 경도 129.06도)와 일치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풍계리를 기준으로는 남동쪽으로 약 20㎞ 떨어졌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위치를 수정하며 북북서쪽 6㎞ 지점이라고 바꿨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남한에 있는 우리 관측망만을 활용한 결과를 처음에 발표했던 것”이라며 “이후 중국 측으로부터 관측 자료를 받아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위치를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협약에 따라 중국 기상 기관과 관측 내용을 공유하는데, 그 내용을 전달받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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