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음달 1일부터 대북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대북 압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과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북 수출은 지난 23일부터 전면 금지됐으며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에서는 중국은행·공상은행 등 주요 중국 은행이 북한 계좌를 전면 동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금융기관 제재)’ 행정명령 발표와 맞물려 중국 당국의 공조 움직임이 한층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 이행 공고를 통해 북한에 대한 콘덴세이트(천연가스에 섞여 나오는 경질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와 LNG의 수출을 이날부터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도 공고일인 이날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상무부에 따르면 결의 통과 이전에 거래 체결된 물량은 오는 12월10일까지 수입 수속을 마쳐야 한다. 다음달부터는 대북 정제 석유제품 수출 상한선을 안보리 결의에 따라 제한한다.
새 대북제재 결의는 10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대북 석유제품 수출이 50만배럴(6만톤)을 넘지 않도록 하고 내년 1월부터는 연간 수출량이 200만배럴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이번 금수 조치에 원유는 포함되지 않았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이번 중국 당국의 공고는 11일 통과된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는 후속 실무 조치”라며 “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한 원유 수출에 대한 제한은 관련 통계 집계 등의 이유로 이번 공고에서 제외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북중 국경지역에서는 중국 주요 은행들이 북한 계좌 동결 조치를 잇따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최근 중국 은행들이 랴오닝성에서 북측 기업과 개인이 소유하는 계좌를 전면 동결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 대형은행들 사이에서는 북한과 거래를 계속할 경우 미국의 제재 조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또한 지난해부터 북한에 대한 농기계류 수출을 전면 중단한 상태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이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당국은 북측의 군사 물자 전용 가능성을 우려해 수출제한 대상품목을 농기계류까지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2일 인민은행의 대북 금융거래 제한 움직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 것과 관련, 중국 시중 은행에서는 북한과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가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공식 발표하거나 확인하는 데 대해 외교적인 부담을 느낀다고 보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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