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사상 첫 집권을 노리는 이탈리아의 신생정당 오성운동이 올해 31세인 루이지 디마이오 하원 원내부대표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5년 전까지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평범한 대학생에서 내년 세계 최연소 총리 타이틀을 노리게 된 청년의 앞날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4일 유럽 언론에 따르면 오성운동이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온라인 경선에서 디마이오는 83%의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며 당 대표로 선출됐다. 8명의 경선 후보 가운데 유일한 거물급 인사였던 디마이오의 당선은 일찌감치 확실시돼왔다.
1986년 이탈리아 남부 항구도시 나폴리에서 우파 정당 활동가였던 아버지와 교사이던 어머니 슬하의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나폴리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으며 5년 전까지만 해도 학비를 버느라 웨이터부터 건설현장 인부까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이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웨이터 출신 디마이오가 내년 총선에서 오성운동을 이끌 리더가 됐다”며 “오성운동이 야당에서 집권당으로 변신하도록 혁명적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비에 허덕이던 디마이오가 여느 젊은이들과 달랐던 점은 10대부터 사회 비판적인 시각을 키우며 일찌감치 정치에 눈을 떴다는 것이다. 정당활동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그는 고등학교 재학 때부터 형제들과 함께 정치모임을 결성해 학생운동에 적극 참여하는가 하면 지역사회 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젊은이였다. 대학에서도 학업보다는 청년실업률이 40%에 달하는 사회 현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와 함께 대학생활을 했던 한 동료는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그는 수업에 잘 나오지 않아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결국 학업마저 관뒀다”고 회상했다.
대학 중퇴 후 디마이오는 2013년 초 총선을 거쳐 의회에 입성했으며 소통 능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26세에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하원 부의장에 선출됐다. 깔끔한 양복 차림에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운 그의 존재는 오성운동의 인기몰이에도 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정당 창립자 겸 실권자인 베페 그릴로 대표는 그의 자질을 높이 사 당의 차기 지도자로 일찌감치 그를 낙점했다.
다만 디마이오가 내년 총선에서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하는 중도 우파 연합과의 3파전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정치 성향이 모호한 포퓰리스트’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오성운동은 환경 문제 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좌파적 색채를 띠지만 강경한 이민정책을 강조하는 극우 성향도 보인다. 또 어린 나이 때문에 정치적 경험과 식견이 부족하다는 점은 디마이오의 치명적 단점으로 꼽힌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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