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 뒤 발표된 공영방송 ARD와 ZDF의 출구조사 결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기사 연합은 32.7∼33.3%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총선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4선 연임을 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의 반열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의 경쟁자로 마르틴 슐츠 후보를 내세운 사회민주당은 득표율 전망이 20.2∼20.9%에 해당했다.
관심이 집중된 반(反)난민·반이슬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3.2∼13.4%의 예상 득표율을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제 3정당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기사 연합의 연정파트너로 거론돼 온 자유민주당의 예상 득표율은 9.9∼10.5%로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연정 파트너 가능성이 제기되는 녹색당이 9.4%로 뒤를 이었고, 좌파당이 8.9∼9.0%로 3위권을 경쟁하던 군소정당 중 가장 낮은 예상 득표율을 얻게 됐다. 기독·기사 연합은 승리를 거뒀지만 여론조사 결과보다 6% 포인트 전후로 낮은 득표율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메르켈 총리의 4번째 집권 동력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총선에서 얻은 41.5%의 득표율과 비교하면 9% 포인트 정도나 떨어지는 등 1949년 이후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우리는 더 좋은 결과를 희망했었다”면서 “입법에서 매우 도전적인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유권자들의 걱정에 귀 기울이면서 좋은 정치를 통해 다시 그들에게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민당도 역대 총선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사민당은 지난 총선에서 25.7%를 얻었다. 슐츠 후보는 “독일에 슬픈 날이다. 우리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면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기독·기사 연합과 사민당 간의 대연정이 이어지는 것은 어려운 분위기로 전해졌다. 슐츠 후보는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가리키는 것은 야당을 하라는 것”이라며 연정 거부 의사를 전했다.
이 때문에 기민·기사-자민-녹색당 간의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자메이카 국기 색과 세 정당의 상징색(검은색, 노란색, 초록색)이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한 말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과반의석을 간신히 넘길 수 있으나, 난민과 조세, 에너지 정책 등에서 각 당의 입장이 확연히 다른 만큼 연정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정 협상이 실패하면 기독·기민 연합의 소수 단독 내각이 출범할 수 있지만, 메르켈 총리가 재선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론조사를 뛰어넘는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AfD가 첫 연방의회 입성을 넘어 제 3정당의 자리까지 차지하는 것도 메르켈 총리의 집권 구상에 상당한 차질을 줄 예정이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총리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우리는 해냈다. 국가를 변화시킬 것이다”라며 “우리는 메르켈을 쫓아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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