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 2013년 신세계 이마트에서 불법 파견이 이뤄졌다며 1,978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지시했다. 불과 1년 전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던 실태조사와는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 대한 근로감독에서는 위장 도급이나 불법 파견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또 다른 결론이 나왔다.
고용부의 ‘파견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이 시기에 따라, 업체에 따라 들쑥날쑥하게 이뤄지는 등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어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급과 파견의 경계가 모호해 해석에 따라 ‘불법 파견’ 딱지를 어디에든 붙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견 허용업종을 엄격히 관리하는 ‘포지티브(Positive)’ 시스템인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일부 업종 이외에는 파견을 전부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시스템으로 운용하고 있어 세계적 추세에 발맞출 필요성도 제기된다.
◇직접고용해도 파견법 위반?…불법 양산하는 법부터 바꿔야=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파견법 개정안은 각각 ‘파견 업종 엄격 제한’과 ‘파견 허용 대폭 확대’로 정반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도급과 파견의 구별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파견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형태이며 도급은 원청이 하청에 일감을 맡기고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제빵기사들이 근로계약을 맺은 것은 협력업체(하청)지만 파리바게뜨 본사(원청)가 직접 업무지시를 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 고용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파견과 도급의 경계가 모호해 고용부의 ‘불법 파견’ 결론도 사안에 따라 매번 달라지고 있다. 특히 파리바게뜨의 경우 고용부의 명령에 맞춰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제빵업이 파견을 허용하는 32개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또 다른 불법이 생겨나게 된다.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원청인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해 가맹점에 파견을 보내 가맹점주의 지시를 받게 하면 또다시 파견법 위반이 되는 것이다.
결국 경직된 현행법이 불법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파견 업종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함진규 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파견법은 파견사업주가 받은 대가 중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 일정 비율 이상을 파견근로자의 임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300만~350만원 중 근로자의 임금으로 가는 액수를 현행 200만원 남짓에서 더욱 높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 여야가 공감하는 생명·안전 관련 업무의 파견 제한 등도 아직 논의의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해외는 이미 파견 규제 사라져=국내에서 파견법 개정이 10년째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해외는 이미 파견업종을 대폭 확대해나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85년 파견 대상 업무를 엄격하게 제한했지만 1999년 개정을 통해 일부 금지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현재 건설과 의료 등 일부 전문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종에 파견이 허용된다. 독일은 건설업 이외 업종은 파견이 가능하며 미국과 영국은 아예 파견에 관한 규제가 없다.
파견이 아직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탓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파견근로 종합규제지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에 이어 3위(4.33)에 이른다. 이는 일본(2.25)이나 영국(0.83), 미국(0.67)보다 높은 수치인데다 OECD 평균인 2.53보다도 높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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