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위기의 금감원, 탈출구는 없나] 거듭된 사고에도 연줄·방만운영... 위기 비상벨 꺼진 금감원

<상> 견제없는 '권력'

본연의 임무 '시장 건전성 관리·감독' 역할보단

정관계 외풍에 눈치보기 급급 기획감사에만 치중

고위직 연루된 채용비리에 전문성 부족도 문제

부서간 적절한 경쟁…투명한 리스크 관리 나서야

금융감독원은 지난 24일 ‘권익보호관’ 자리를 새롭게 만들었다. 고대 로마의 ‘호민관’처럼 금감원이 금융회사를 제재할 때 금융회사 편에 서 변호하는 자리다.

권익보호관 신설은 최흥식 금감원장의 첫 개혁 작품으로도 주목 받았다. 최 원장은 “‘당국자미(當局者迷·담당자가 오히려 실제 사정에 어두움)’라는 격언처럼 금감원 내부자들은 비합리적 관행을 파악하지 못한다”며 “제3자의 객관적 시각에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이 여러 번의 혁신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타성과 방만에 젖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판단에 따라 최 원장이 취임과 함께 개혁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그만큼 내부 혁신이 절실하다는 방증이다.





금감원이 통제 받지 않는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조직으로 20여년을 지내는 동안 타성에 젖어 내부 개혁을 추진할 동력마저 상실하는 등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기폭제가 됐지만 속으로 곪아오던 것이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1999년 출범 이후 수차례 위기를 겪어왔다. 2012년에도 부산저축은행 불법 인출 사건의 여파로 민관 합동 개혁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이듬해인 2013년 ‘동양사태’가 터졌고 △카드정보유출사고(2014년) △KT ENS 불법 대출에 금감원 간부 연루(2014년) △변호사 채용 비리(2014년) △직원 채용 비리 및 차명 주식 투자 적발(2017년) 등 굵직한 비위가 연이어 터졌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위기도 결국 회계법인의 부실 감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금감원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나온다. 금감원 본연의 임무인 시장 건전성 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안이다. ‘비상벨’을 울려야 할 상황에서도 전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정관계의 연줄을 잡으려 서로 생존게임을 벌인데다 방만한 내부 운영으로 조직이 곪아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채용 비리와 같은 비위가 싹틀 수밖에 없는 환경이 스스로 조성됐다는 지적이다.



매년 조직과 예산을 늘려 외형은 키웠지만 ‘비상벨’ 역할은 오히려 퇴보했다. 전문가들은 금감원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배구조 결함을 꼽는다. 독립 민간기관도 아니고 정부 소속기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외풍에 시달리다 보니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줄 대기’에 급급한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낸 한 전직 관료는 “금감원이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데 윗선에 잘 보이기 위해 기획 감사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본연의 업무라 할 수 있는 금융 시장 건전성 관리와 리스크 감지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감원 내부에서 불거진 채용 비리도 결국 외부 청탁에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감원 임직원의 전문성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현장 검사에 나서는 금감원 직원들이 전문성에서 금융 회사 직원에게 판판이 밀리다 보니 오히려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게 되고 여기서 불필요한 갈등이 빚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감원은 최근 회계사 직원 공채를 늘리는 등 전문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회계사 출신 직원들이 순환보직 하다 보니 구조조정 등 특수 분야에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젊은 회계사들 사이에서는 금감원을 더 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한 ‘정거장’ 정도로 생각해 근속연수가 길지 않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감원이라는 큰 조직에 경쟁이 없는 내부 문화가 있다”며 “상명하복적인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부서 간의 적절한 경쟁을 통한 투명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금감원이 내부 혁신을 미루다 외부의 손을 빌리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며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실제 최 원장이 최근 사의를 밝힌 부원장보 이상 임원 전원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부 손에 의해 조직 쇄신이 이뤄지는 지경에 이른 것 자체만으로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일범·김기혁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