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고기를 안 좋아해 고민이 많습니다”
최근 한 지방검찰청에서 열린 평검사 간담회에 참석한 막내 검사가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을 ‘밥 총무’라고 소개하며 입을 열었다. 매일 점심·저녁 식사 시간에 선배검사들과 갈 청사 근처 식당을 막내인 본인이 찾아야 하는데 고충이 많다고 했다. 입맛이 모두 달라 선배들이 전부 만족할 만한 곳을 찾는 게 스트레스였다.
혼자만 하던 고민이 아니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평검사도 하나둘 어려움을 털어놨다.
27일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박 장관은 평검사가 ‘선배 검사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식당을 정하면 불만을 나타내 힘들다’고 쓴 편지를 받았다. ‘밥 총무’ 얘기는 문무일 검찰총장을 거쳐 전국 검찰청에 전달됐고 결국 지난주까지 수도권 대부분 검찰청에서 밥 총무가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서에 검사가 적게는 5명, 많으면 10명 정도 된다. 보통 막내검사가 밥 총무를 맡아 부서원 점심·저녁 메뉴를 선택한다. 선배에게 일일이 식사를 하는지 묻고 식당을 정한 다음 부장에게 확인을 받는다. 밥을 다 먹고서 미리 걷은 돈으로 밥값을 계산하는 것도 밥 총무의 주된 업무다.
식사 시간에 부서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젊은 검사에게 매번 선배와 함께 밥을 먹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고 한다. 특히 식성이 까다로운 선배라도 있으면 비위를 맞추느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든다. 식사 한 끼 챙기는 데도 필요 이상으로 부담을 져야 해 밥 총무를 검찰 내 상징적인 후진적 조직문화로 보는 사람도 있다.
한 수도권 검찰청 검사는 “선배와 친분을 쌓고 업무 비결을 배우는 건 좋지만, 밥만큼은 마음 편히 먹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지형인턴기자 kingkong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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