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 ‘진심’ 이라는 마음의 열쇠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





“이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 오고 체전부(우체부)는 이따금 ‘하도롱’(hard-rolled paper) 빛 소식을 가져옵니다.”

소설가 이상의 수필 ‘산촌여정’의 첫 단락은 우체부 이야기로 시작된다. 필자가 어린 시절 소식을 전하는 수단은 아마 우체부를 통한 손편지가 유일했던 것 같다. 편지를 전하고 회신을 기다리는 동안 궁금함과 설렘이 어린 마음을 흔들었다. 기다린 답장을 숨죽여 한 글자씩 읽어 내려가던 기억은 환갑을 넘긴 지금도 생생하다.

‘소통의 시대’로 불리는 요즘에는 우표 붙은 우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통신망과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휴대폰과 e메일이 등장했고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과거 수일을 기다려야 했던 회신이 몇 초 안에 이뤄진다.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아이폰도 올해로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이렇듯 급변하는 세월의 흐름 속에 수단만 바뀌었을 뿐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요즘 세대들의 소통방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압도적이다. ‘인생의 낭비’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현시대의 소통에 SNS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아이콘들과 줄임말로 무장한 스마트 환경 속에서 진심 어린 소통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내려 간 손편지는 글씨체만 보더라도 보낸 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쉽다.



‘스마트 워크’가 화두인 요즘 기업들 사이에서도 유연한 조직문화를 위해 소통은 필수적인 요소다. 신속한 업무처리를 위해 기업들은 메신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진심 어린 소통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삭막한 업무공간 속에서 한발 다가선 적극적인 소통이 이뤄진다면 업무능률도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소통 방법이 디지털 시대를 움직일까. 정답은 아날로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려고 편지지에 알록달록 색칠을 하거나 작은 들꽃을 넣어 보낸 추억이 있을 것이다. 마음속 정성과 진심이 느껴진다. 결국 메시지에는 마음이 느껴져야 한다.

필자는 임직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해 그들이 보내온 메시지 하나하나에 모두 회신을 한다. 딱딱한 경영철학을 전하더라도 가벼운 느낌의 시나 수필로 표현하면 담백하고 진솔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업무상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현장을 직접 찾아 얼굴을 마주한다. 빠른 의사 결정과 상호 간 깊은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도 이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으로 무장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기술적 진보에도 아날로그적 감수성은 시대 불변의 소통 진리로 남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