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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범죄도시’ 박지환, “연장 접전 끝에 16강 진출 쾌감 영화”

“내게 연기란...찰나에 벌어지는 환상적인 일”

“완성본 영화를 처음보고선 마동석 선배랑 윤계상형이 축구 16강 전에서 극적으로 꼴을 넣어서 환희를 불렀을 때 느낌이랄까. 그게 있었어요. 마치 안정환 선수처럼 연장전에서 마선배님이 골을 넣었어요. 그걸 보고 스포츠 영화도 아닌데 전율을 느꼈다니까요. 아쌀하고도 낯선 스포츠 같은 영화죠.”



영화 ‘범죄도시’ 속 이수파 두목인 장이수 역의 박지환 배우는 언어의 마술사처럼 다채롭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극중 마동석이 ‘들어와’ ‘들어와’ 하며 조직 두목을 단번에 제압을 하는 장면, 시장통에서 수십만원어치의 도너츠를 사가면서 계산은 이수에게 넘기는 장면 등에서 장이수의 캐릭터를 유추할 수 있다. “악당이지만 악당처럼 가지 않고 가장 인간적으로 가고 싶었어요.”란 한 마디 속에선 그가 어떻게 연기를 대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배우 박지환 /사진=조은정 기자




영화 ‘범죄도시’는 2004년과 2007년 실제로 언론을 들썩이게 한 ‘왕건이파’와 ‘흑사파’ 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했다. 국내 체류 중국동포는 물론 일반 업소 주인 등에게까지 폭력을 일삼아온 중국동포 출신 조직폭력배, 이에 맞선 대한민국 강력반 형사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주된 줄기다.

‘범죄도시’ 는 배우들끼리 부딪치면서 터져나오는 케미스트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 많은 배우들이 무엇보다 ‘대본’에 제일 의지한다고 말한다면, 박지환 배우는 “대본 저변에 있는 예상하지 못한 것에 제일 관심이 많다”고 했다. 장이수도 그런 역할이었다고 한다. 대본만 놓고 보면 악당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박지환은 “굳이 악당으로 보이지 않았다” 며 “회갑연도 준비해드리면서 어머니에게 효도도 하고 싶고, 지나간 시절을 돌아보고 울고 싶기도 했다. 난 진실했다”며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진실한 마음으로 작품에 임한 박지환의 눈에 ‘범죄도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다가왔다고 한다. ‘범죄도시’의 룰과는 다른 명백한 정의인 ‘권선징악’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데, 그게 계속 긴장감과 쪼임 그리고 중요한 쾌감을 통해서 앞으로 나가는 점이 더욱 그러했다.

“‘범죄도시’는 그런 것 같아요. 한마디로 ‘아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죠. 외면만 보면 그런 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서울의 낮과 밤이 다르고, 삶의 앞 뒤가 달라요. 또 그 속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존재해요. 우린 그걸 정말 당연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받아들여요. 그게 재미있어요. 그것도 우리 삶이잖아요. 저희 영화 논리는 되게 단순해요. ‘선이 악을 이긴다’잖아요. 그게 이상한 나라란 점을 역설적으로 풀어내 너무 재미있었어요.”

‘범죄도시’의 첫 포문을 연 오프닝 시퀀스는 수 많은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조폭보다 더 조폭 같은 형사 마동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건을 해결하는 장면이다. 특히 이 거리가 어떻게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지가 단숨에 읽히는 장면이다.

영화 ‘범죄도시’ 스틸


영화 ‘범죄도시’ 스틸


“오프닝은 무림의 강자이자 지배자인 숫사자가 ‘야! 가’ 이말 한마디로 사건이 끝나는 느낌이 전달되면 끝이죠. 정확하죠.? 마선배님은 ‘감히 어디서 이빨을 드러내?’ 란 말을 하지 않아도 압도하는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 굉장한 선배님이죠. 누구는 그 무게감을 잡으려고 해도 안되는데, 신체에서 나온 아우라가 대단하잖아요. 영화만 봐도 그 앞에 있는 이들이 도전도 못해보고 픽픽 쓰러지잖아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이 초점이 잘 전달 돼야 영화의 플롯이 제대로 보여진다고 봐요. 마석도가 그런 사람인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거죠. 그 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조직폭력배들에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뭔가를 한 사건이 벌어졌어요. 마치 이건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사자가 또 왔네? 이런 느낌이죠.”

마석도의 수하 아래 평온을 유지하던 이 동네에 돌연 등장해, 우두머리 사자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장첸’(윤계상)이다. 예상을 벗어난 인간 ‘장첸’ 은 통제 불능한 뭔가가 이 도시에 도착했다는 인상을 준다. 소리소문 없이 하얼빈에서 서울로 넘어 온 ‘장첸’은 도시에 발을 들이자마자 잔혹한 범죄로 제대로 신고식을 치르며 모두를 긴장하게 만든다. 박지환은 “마석도도 저도 예상 못한 ‘그’가 등장했던 오락실 장면”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계상이 형과 오락실에서 처음 만나는데, ‘그 때 어떨 것 같으냐’를 두고 형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자 하면서 많은 시도를 했어요. 저희가 어떤 관계를 맺고 나갈지, 어디가 포인트가 될지 고민이 많았어요. 촬영을 5번 이상 시도했는데, 첫 테이크가 최종 영화에 들어갔어요. 첫 테이크가 서로 처음 만난 날 것처럼 나왔다고 봐요. 사실 장첸을 만나서 이수가 바로 죽을 수도 있다는 어떤 긴장감이 유발이 돼야하는 장면이잖아요. 찍어놓은 걸 보니까 너무 살 떨리던걸요.”

마석도가 풍채 당당한 숫사자라면 장첸은 맹수들의 사냥감을 도둑질하는 하이에나에 가깝다. 예상하지 못한 조폭 장첸은 이 구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반면 이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어뜯는 ‘들개’의 이빨을 드러낸다.





“저희 영화를 보시면 ‘하이에나’는 이곳 무림에 있으면 안되는구나란 걸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수는 ‘들개’에 가까워요. 감독님도 ‘들개’ 같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어요. 그렇다고 ‘개’ 같진 않아요. 하하. 바보 같지만, ‘들개’ 도 강자거든요. 엄청난 영역을 돌아다니면서 뭔가를 해요. 조직을 데리고 오락실 칠 때도 그렇지만, 계속 뒤로 치고 옆으로 치고 앞으로 치죠. 계속 무너지고 당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이수에게선 그런 유연함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박지환이 영화 속에서 신경 쓴 부분은 ‘균형의 추’. 주먹 한방으로 다 쓰러트리는 괴물형사 마석도, 절대 악 장첸 그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잘 해야만 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 마석도 앞에선 ‘내가 뛰어봐야 벼룩이다’는 식의 수긍하는 마음을 보여준다면, 장첸 앞에선 ‘악이 절대 악에게 졌는데 어떤 감정이 생기겠나’를 중점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애초에 동석 선배와의 사이에 기대했던 건 가벼움과 유머러스함이었어요. 톰과 제리처럼 거기서 나오는 재미를 원했어요. 톰과 제리처럼 관계가 걸쳐있지만, 대립도 하고 새로운 상황 앞에서 계속 생각을 할 수 있는 관계였죠. 악은 너무 세고, 동석 선배는 너무 유연하죠. 무게 균형의 추가 중간에 있기를 바랐어요.”

배우 박지환 /사진=조은정 기자


박지환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검사외전’,‘나의 독재자’, ‘대립군’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배우로 알려졌다. 실제로 기자는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 ‘고제, ’목란언니‘ ’아버지의 집‘ ’더 포토‘ 등 다수의 연극 무대에서 먼저 그를 만났다.연극 속에선 보다 코믹하고 친근한 역할을 주로 맡았다. 보다 대중적인 이미지로 기억하는 대중들은 그를 악당 전문 배우로 알고 있다.

“저는 재미있는 걸 좋아해요. 악당보다 코미디를 잘 해요. 누구랑 싸우는 걸 잘 못하거든요 . 영화에서 저에게 원하는 게, 아직은 악당 쪽인 것 같아요. 처음엔 대중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점점 친해지면 동네 삼촌 같고 오빠 같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그게 버터야 하는 시간이죠. 점점 악당에서 벗어나서 그런 캐릭터가 들어오는 것 보면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JTBC 새 금토드라마 ‘언터처블’을 하게 됐는데, 아주 귀여운 형사 역을 맡았어요. 진구 배우랑 정의를 위해 나아가는 역할입니다. 이미지가 악당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 고 우려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제 생각대로 되고 있는 것 같아 좋아요.”

박지환은 기자들이 궁금해하는 배우 중 한명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이 궁금해 하는 배우 중에 한명이다. 이명행, 김무열, 여진구 등 많은 배우들이 박지환이란 배우가 연기 하는 걸 보며 ‘한번 쯤 이야기 한번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한다. 특히 ‘범죄도시’ 감독은 박지환을 두고 “보통의 배우들이 인물에 국한 돼 작은 이야기를 한다면, 박지환씨는 지구 밖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배우이다. 인물 자체가 아닌 인물이 숨 쉬는 공기를 이야기하는 배우일 정도로 세계관이 남달라 잘 될 배우이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기자 역시 ‘박지환’이란 배우가, 또 인간이 궁금했다.

“어떤 배우인지, 많이들 궁금 해 하시더라구요. 의도를 가지고 연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실제 부딪쳐서 하는 게 연기잖아요. 예상할 수 없는 게 연기잖아요. 연기를 어떻게 만들어서 하나요? 예를 들어 ‘이수’가 안 좋은 사람이긴 하겠지만 굳이 좋고 나쁘다라고 구분하고 싶지 않아요.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 안에 여러 가지가 존재하잖아요. 그걸 표현하는 데 집중해요. 여러 가지 그것들을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것에만 제일 집중해요. 그냥 한 사람이 가진 입체적인 생을 짧지만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에게선 철학자의 내공도 느껴졌다. 박지환은 “찰나에 벌어지는 환상적인 일을 만들고 싶은 것, 그게 연기이다”고 말했다.

“저는 그게 좋아요. ‘낯설게 하기’요. 문득 내가 알던 우리 아빠들이, 우리 삼촌들이, 우리 형들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면...거기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는데 전 연기가 아닐 때는 평온하게 보고 느끼고 즐겁게 알아가요. 이 감정을 배우로서 다시 그려낼 때는 정말 낯선 것으로 그리고 싶어요.”

“순간적인 찰나에 벌어지는 환상적인 일을 만들고 싶은 것. 궁극이지만 그걸 좇아가려고 해요. 저녁 하늘에 노을이 언제 질지 몰라요. 갑자기 나타나 단 3초만 보이고 사라진다면, 전 그 순간을 연기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 할 수 있어요. 그 순간을 담아내고자 연기해요. 제가 예상할 수는 없는 걸 연기하고 싶어요. 오늘 인터뷰도 준비한 것 없이 나왔고, 제가 예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이 순간이 좋아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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