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용기나 튜브 타입이 주를 이루는 요즘 약통과 달리 옛날 약그릇은 운치가 있었다.
보물 제646호는 몸체 윗부분과 뚜껑 아랫부분에 흰색 글씨로 ‘상약국(尙藥局)’이라고 적힌 원통형 그릇이다.
‘고려사’ 등에 등장하는 상약국은 고려 목종(재위 997~1009) 때부터 충선왕(재위 1308~1313) 때까지 있었던 왕실의 의약 담당 관청이었다. 이 글씨를 통해 이것이 고려 시대 왕실에서 사용된 약 그릇이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고려청자 중에는 키가 작고 납작한 형태와 키가 크고 원통형을 이루고 있는 형태 등 유사한 합이 상당수 전해진다. 하지만 이처럼 ‘상약국’이라고 새겨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 ‘상약국’ 글자가 있는 청자 파편이 전남 강진군 용운리 가마에서 출토된 바 있고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대화문화관에도 비슷한 합이 소장돼 있다. 보물 제1023호로 지정된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은 외형이 흡사하지만 보물 제646호에는 문양을 새겨 다른 색깔의 흙을 채우는 상감기법이 사용된 것과 달리 음각기법이 쓰였다. 전체적으로 단순한 형태라 현대 생활용품으로 사용해도 될 정도다. 그릇 아래쪽과 뚜껑 위쪽 모서리를 비스듬히 깎아내 매우 부드럽고 듬직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뚜껑 위의 둥근 평면에는 정교한 솜씨로 구름과 학 모양이 새겨져 있는데 기형과 문양·색채 등으로 볼 때 12세기 청자로 가늠할 수 있다.
충북 음성군에 있는 한독의약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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