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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물든 몸짓…춤秋다

모처럼 몸의 언어로 가득한 무대가 몰려온다. 2세기 역사가 플루타르크는 “무용은 말 없는 시요, 시는 말하는 무용”이라고 했다. 스산한 가을 날씨엔 말 없는 시, 머리 대신 가슴을 어루만지는 몸의 언어가 제격이다. 발레부터 탱고, 현대무용, 한국 창작 무용까지 다양한 춤이 향연이 펼쳐진다. 무용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이라도 한 편 정도 골라보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소설 대신 첫 시집을 펼쳐 들었을 때처럼 말이다.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작인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의 ‘숨기다|드러내다’ /사진제공=SIDANCE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 개막작인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의 ‘숨기다|드러내다’ /사진제공=SIDANCE


◇스무살 서울세계무용축제의 특별한 무대=올해로 20회를 맞은 서울세계무용축제가 오는 9~29일 아르코예술극장, 예술의전당, 서강대학교 메리홀, CKL스테이지, 디큐브시티 등에서 열린다. 올해는 영국과 스페인 작품을 위주로 19개국에서 온 45개 단체가 참여한 40여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개막 작은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 영국 러셀 말리펀트 컴퍼니의 ‘숨기다|드러내다’. ‘영국의 자존심’ ‘육체의 시인’으로 불리는 안무가 러셀 말리펀트가 데뷔 20주년 기념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은 발레를 기본으로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 중국 태극권, 롤링 요법 등을 더해 새로운 무용 언어를 펼쳐낸다. 특히 러셀 말리펀트의 예술적 동반자인 ‘빛의 안무가’ 마이클 헐스가 조명을 더해 ‘춤과 조명과 음악이 빛나는 삼중주’를 펼친다.

스페인 라 베로날의 ‘죽은새들’ /사진제공=SIDANCE


폐막작은 최근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스페인의 마르코스 모라우가 맡았다. 그가 이끄는 단체 라 베로날은 피카소의 동명 회화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은 ‘죽은 새들-피카소의 시간들’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죽은 새들’은 19세기말 스페인에서 태어나 20세기에는 프랑스를 주 무대로 예술활동을 펼쳤던 파블로 피카소를 중심으로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을 소환한다. 프로이트부터 히틀러, 메릴린 먼로 등을 통해 20세기를 읽고 세계대전, 인류의 달착륙, 다양한 예술적 풍요를 통해 20세기를 그린다. ‘죽은 새들’의 해외 공연 때마다 해당 국가의 무용수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는 모라우답게 이번 무대에도 한국 무용수 13명이 참여한다.

전미숙, 차진엽, 김보라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세 여성 무용가가 장식하는 무대 역시 볼거리다. 사회, 권력, 여성 등 다양한 주제로 무대 위 몸의 대화를 시도하는데 서로 다른 감각과 관점을 통해 펼쳐진 각 안무가의 문법을 비교해 보는 것도 색다른 묘미다. 전미숙의 ‘아듀, 마이 러브’는 2009년 대한민국무용대상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으로, 무대 위 무용수가 점점 희석되는 자신의 존재감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차진엽의 ‘리버런: 불완전한 몸의 경계’는 2015년 초연된 ‘리버런: 달리는 강의 현기증’의 연작. 시각 예술가 빠키와의 협업을 통해 화려한 영상을 배경으로 흡인력 강한 춤을 선보인다. 김보라의 ‘100% 나의 구멍’은 2011년 초연한 ‘혼잣말’을 변형한 작품이다. 작품을 통해 무대 위 몸을 인식하는 방식을 묻는데 그 방식은 바로 춤이라고 이야기 한다. 9~29일, 아르코예술극장·예술의전당 등

아르헨티나 탱고의 진수를 보여줄 ‘탱고파이어’ /사진제공=크레디아


◇탱고부터 한국무용까지 세종문화회관서 만난다=올 가을 아르헨티나 탱고의 진수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오리지널 탱고 프로덕션 ‘탱고 파이어’가 10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최정상급의 댄서 열 명의 몸짓에 반도네온, 콘트라베이스 등 4인조로 구성된 ‘콰르테토 푸에고’의 라이브 연주와 가수 헤수스 히달고의 목소리를 더할 예정이다. 공연의 1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히스토리 여행. 1920년의 어느 공원을 배경으로 시작해 1950년 유명 탱고 클럽인 밀롱가를 비춘다. 2부에서는 재즈, 발레,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장르까지 섭렵한 탱고 댄서들의 테크닉이 펼쳐진다.

‘탱고 파이어’의 안무가 헤르만 코르네호는 세계 최고의 탱고 전문가로 뉴욕 타임즈와 런던 타임즈의 극찬을 받은 슈퍼스타다. 2005 세계 탱고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발레와 재즈, 아크로바틱 테크닉을 접목하며 탱고의 현대화를 이뤄냈다. 27~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다음 배턴을 이어받는 작품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무용단의 창작 무용극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난 40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오페라, 발레, 뮤지컬, 연극,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되고 있는 작품. 앞서 고전발레의 대명사인 ‘백조의 호수’를 한국 창작무용극으로 제작하며 2011년 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던 무용단이 이번에도 서양의 대표적인 고전문학 ‘로미오와 줄리엣’에 한국적 춤사위를 접목하기로 했다. 특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오르간과 북의 대합주를 통해 음악적 긴장관계를 부각시킬 예정이다. 11월9~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톨스토이의 소설이 발레 무대로 옮겨진다. 국립발레단이 선보이는 ‘안나 카레니나’는 고전의상에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안겨준다. /사진제공=국립발레단


◇11월은 발레 대전=11월은 해외 유수의 발레단부터 국립발레단의 신작까지 발레 팬들을 즐겁게 해줄 명품 무대가 가득하다.

포문을 여는 것은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 국립발레단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특별 공연으로 마련한 이 작품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슈푹이 발레 무대로 옮겨온 것이다. 부와 명예, 아름다운 미모, 사회적 지위까지 다 갖춘 귀부인 ‘안나 카레니나’가 매력적인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이야기를 몸짓으로 풀어낸 드라마 발레다. 19세기 후반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고전적 의상과 라흐마니노프 음악 등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더해진다. 2014년 10월 취리히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이 작품이 아시아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발레단은 발레 공연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가격도 최저가 5,000원, 최고가 5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11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백조의 호수’로 오랜만에 고국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으로 꼽히는 마린스키발레단은 ‘백조의 호수’로 5년만에 한국 무대를 찾는다. 마린스키 발레단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 극장 소속 고전 발레단으로 250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특히 이번 공연의 관전 포인트는 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이자 한국인 발레리노 최초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받은 김기민(25)의 무대. 오랜만에 고국 무대에 오르는 김기민은 2011년 마린스키 발레단에 동양인 최초로 입단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한국뿐 아니라 세계 무용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 오데트·오딜 역은 수석 무용수 빅토리아 테레시키나, 마린스키 극장의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무용수 이리나 사포즈니코바가 맡는다. 지그프리트 왕자 역으로는 김기민과 함께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수석 무용수 세르게이 우마넥이 출연한다. 11월 9~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욕망과 사랑, 관능을 대표하는 집시 여인 카르멘을 현대적 버전의 무대로 초대하는, 스페인국립무용단의 공연도 다음달을 기약하고 있다. 이 작품을 안무한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는 이 작품으로 작년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우수 안무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820년대 세비야 담배 공장의 집시 여인을 현대적 버전으로 바꾸며 요한 잉거는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사건을 목격하고 세상의 폭력과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무채색 무대 위의 카르멘의 빨간 원피스, 인물들의 심리를 더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9개의 삼각 프리즘 등 인상적인 무대효과가 펼쳐진다.

11월 발레 대전의 마지막은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드라마 발레 ‘오네긴’. ‘오네긴’은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을 확립한 소설가 푸쉬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랑코가 안무하고 작곡가 쿠르트-하인츠 슈톨제가 차이콥스키의 기존 음악을 재편집해 1965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세계 초연했다.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갈망하는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오네긴’은 발레단마다 자주 공연하는 명작이지만, 이번 무대는 UBC 간판스타 무용수 황혜민(39)과 엄재용(38) 부부의 동반 은퇴로 더욱 특별하다. 11월 24~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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