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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형 혁신생태계’ 위기에서 대안을 말하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크루셜텍 대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개정 협상과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발동 예고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주력 업종인 자동차·백색가전·철강 등의 수출에 악영향은 물론이고 다른 산업계에 미칠 파장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쪽은 어떠한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영향으로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복잡한 국제정세 탓에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저성장 트랩 진입, 재정 건전성 악화 등 경제지표뿐만 아니라 고용절벽과 청년 실업,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계층 사다리 단절 등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은 어느 하나 단기 처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 과거 대한민국의 경제적 역동성을 극찬하던 해외 석학들도 이제는 잇달아 한국 경제의 미래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 한민족에게 늘 발현되는 위기극복과 역전의 DNA를 믿는다. 대외환경 변화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거나 단기적인 처방과 대책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차분히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10년 후, 30년 후의 대한민국을 설계해야 한다.

지난 50여년간 우리 경제는 철저한 선택과 집중,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이 성장했고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정경유착의 폐해, 게다가 기울어진 운동장까지 조성됐다. 과거에는 이러한 부작용도 대기업의 압축 성장에 의한 경제적 기여에 묻혀버리고는 했으나 이제는 단일 대기업의 역량만으로는 끊임없는 신산업의 출현과 융복합 현상을 모두 따라잡기가 불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대기업의 대외 경쟁력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1997년 ‘벤처특별법’ 제정 이후 우리 벤처업계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극복의 일등공신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벤처기업들은 그간 약 324만명의 고용을 담당했고 약 3만개(2016년 기준) 벤처인증기업들이 200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내시장의 과도한 규제와 개별기업들의 시장 창출능력 한계 등으로 질적 성장이 정체되고 있으며 그 결과 소위 유니콘기업 등 시장주도 기업 배출은 아직 미약한 상황이다.



이에 필자는 벤처생태계와 대기업 생태계 간에 화학적 결합을 통한 ‘한국형 혁신생태계’ 조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대기업 근무와 벤처기업 창업을 경험한 필자는 효율적 제품화와 세계적인 글로벌 시장 역량을 보유한 대기업과, 도전·혁신의 정신으로 창의적 핵심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과의 결합이 상호 보완적인 이상적 조합이 될 것으로 믿는다.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드림팀’ 말이다.

대기업과 벤처생태계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개방협력을 통해 국가 경제 혁신을 주도하고 혁신동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활력이 넘치는 혁신성장의 토대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희망을 제시하고 고착화된 저성장의 트랩을 벗어나 대한민국이 다시 경제도약을 이룰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들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벤처기업을 혁신역량 제고를 위한 동등한 협력자로 인식해 동반성장을 위한 공정거래를 선도해야 하고 정부는 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역동적으로 뛰어놀 수 있는 ‘춤판’을 만들어줘야 한다.

세계적 벤처 강국인 이스라엘의 배경에는 자국 벤처 기업에 자본과 시장을 제공하는 전 세계 곳곳의 유대인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자본력과 글로벌 시장을 보유한 대기업이다.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을 외부 혁신동력의 원천으로 인정하고 함께 벤처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그에 따른 벤처기업의 질적 성장은 고스란히 대기업의 경쟁력으로 되돌아가서 ‘한국형 혁신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과거 IMF 구제금융 시절에 ‘금 모으기 운동’으로 전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쳤듯이 이제는 ‘대기업 생태계’와 ‘벤처생태계’ 간에 실질적인 결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드림팀을 구성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해가야 한다. 분명 우리 앞에 놓인 경제 상황과 국제 환경은 위기 상황이지만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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