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들이 실거래가 보다 낮은 공시가격으로 보유 부동산을 신고하면서 재산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청와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의 전·현직 관료 중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보유한 주택의 재산신고가격을 실거래가·시세와 비교한 결과, 실제 가치의 57%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주택 이상 관료들의 재산 중 실거래가 확인이 용이한 아파트만 대상으로 했다. 조사대상 인원은 13명이었으며,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는 총 21채였다. 이들 중 강남 3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공직자들이 신고한 주택의 시세반영률은 모두 50%대였다. 국토부 전 차관이 소유한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의 경우 실거래가는 23억 4,500만원인 반면 신고가는 12억 8,800만원으로 시세의 55%에 불과했다. 또 기재부 전 차관이 소유한 강남 대치동 미도아파트는 실거래가가 22억원지만 신고가는 12억 4,000만원으로 시세의 56% 수준이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유한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20억원이었으며, 신고가는 11억 400만원으로 반영율이 55%였으며, 기재부 전 차관이 보유한 과천시 아파트는 시세의 43% 만 반영 되기도 했다.
이처럼 고위공직자가 보유한 부동산의 신고가격이 실거래가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것은 현재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택의 재산신고는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격으로 신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들이 재산을 축소 신고하기 위해 실거래가 보다는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같은 아파트라도 고가의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 보다 시세 반영율이 낮다”며 “부자들로 하여금 세금을 적게 내게 하는 잘못된 기준이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 조작으로 반복되면서 국민의 박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낮은 과표 기준을 보정하고 개혁해야 고위 공직자들 조차 여전히 낮은 공시가격을 신고하고 있다”며 “고위 공직자들이 낮게 조작된 과표를 개선해 공평 세금을 구현하는 데 앞장 설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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