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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에 발목 잡힌 '아베 고속철 프로젝트'

獨-佛 고속철 대형합병도 걱정인데

고베제강 불량품, 신칸센에 쓰여

英 등 안전성 우려·불쾌감 드러내

日 고속철 세일즈 경쟁력 더 악화

GM·포드, 고베 제품 자체조사

부실품 확인땐 소송전 번질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철도대국’ 이미지를 활용해 국책사업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고속철 수출 프로젝트가 예상치 못한 겹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고속철 굴기’에 밀린 잇단 수주전 패배와 글로벌 경쟁사의 대형 합병으로 가뜩이나 경쟁력 약화 우려가 고조되던 와중에 기준에 못 미치는 고베제강의 ‘부실’ 제품이 국내 신칸센과 영국 현지 제작 고속철에 쓰인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고속철 신뢰’에 위기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철도운영회사인 JR도카이(東海)와 JR니시니혼(西日本)은 고베제강에서 신칸센(고속철도) 열차 제작용으로 납품받은 알루미늄의 강도를 조사한 결과 일본공업규격(JIS)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날 발표했다. 양사는 신칸센 안전성에는 문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발표로 일본 고속철도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영국에서 고속철도 열차를 현지 제작하고 있는 히타치제작소도 지난 10일 고베제강에서 열차 부품 용도로 받은 알루미늄과 구리가 데이터 조작 제품 중 일부라고 털어놓았다. 히타치는 “독자적으로 강도를 검사한 후 사용하고 있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영국 언론들은 안전성 우려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간 데일리메일은 히타치가 구체적으로 몇 대의 고속철에 문제의 부품이 쓰였는지 발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안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고속철 수출 프로젝트는 ‘세일즈 외교’에 앞장서온 아베 총리가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힘을 실어온 인프라 수출의 핵심사업이다. 아베 총리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세계 각국 정상들의 일본 방문 시 신칸센에 함께 탑승하는 일정을 넣으며 고속철 사업 수주를 위해 직접 뛰어왔다. 하지만 이번 고베제강 스캔들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고속철”이라는 점을 내세워온 아베 총리의 고속철 세일즈에 제대로 먹칠을 한 셈이 됐다.



특히 일본이 유럽과 아시아 철도시장에서 이미 극심한 경쟁력 압박을 받아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고베제강 파문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에서는 지난달 세계 2·3위 철도 업체인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합병으로 히타치를 중심으로 한 일본 고속철 제작회사가 규모의 경쟁에서 크게 불리한 입장에 놓인 상태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일환으로 ‘고속철 굴기’에 힘을 쏟는 중국이 현지 공장 설립, 차관 제공 등 적극적인 투자와 일본에 비해 저렴한 공사비용을 무기로 일본을 제치고 라오스·말레이시아·태국 등에서 사업을 속속 따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안전성’을 앞세워 높은 비용이라는 단점을 상쇄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왔지만 고베제강 스캔들로 일본 신칸센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는 초대형 악재를 맞게 된 것이다.

한편 고베제강의 품질 데이터 조작은 일본뿐 아니라 해외 제조 업계로 연일 확산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고베제강이 납품한 알루미늄 부품에 대해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고베제강으로부터 부실 제품을 납품받은 글로벌 제조사들이 속속 확인되면서 이번 데이터 조작 파문이 글로벌 공급 체인을 흔들었던 ‘제2의 다카타 사태’로 번질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기준 미달 제품 사용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리콜로 비화할 경우 고베제강을 상대로 한 거액의 글로벌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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