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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리뷰] ‘유리정원’ 신수원 감독의 잔혹 동화, 문근영 ‘인생 캐릭터’ 만나다

‘유리정원’은 배우 문근영의 복귀작,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라는 표면적인 의미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품 내적으로까지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내포하고 있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유리정원’(감독 신수원)이 12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시사회를 통해 먼저 베일을 벗었다.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 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을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 지훈(김태훈)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밝혀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영화는 주인공 재연이 연인과 동료, 세상으로부터 이용당하는 과정을 그리며 그가 최종 안착지 자연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한다. 미래 대체 혈액인 ‘녹혈구’를 연구하던 과학도 재연은 연인 정교수(서태화)로부터 사랑을 배신당하면서 연구 아이템마저 빼앗긴다. 소설가 지훈에게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용의자로 전락하기까지 한다.

여주인공이 세상에서 상처를 입고 나무로 환생하는 과정을 그린 ‘유리정원’은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아낸 여성 대변적 영화라 할 수 있다. 주인공 재연의 삶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처럼 매 순간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리고 재연은 결국 차오르는 광기로 설움을 폭발한다.

/사진=리틀빅픽처스




이 일련의 과정은 배우 문근영의 연기로 완벽하게 녹아든다. 애당초 ‘유리정원’은 1차적으로 문근영의 연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2015년 ‘사도’ 출연 외에 2006년 ‘사랑따윈 필요없어’ 이후 무려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 때문. 급성구획증후군 치료로 대중 앞에도 오랜만에 서는 터라 연기의 변화와 성숙도에도 적잖이 기대감이 모아졌다.

연기도, 배우 스스로도 무르익어 있었다. 문근영은 재연이 보일 내적 감정과 처연한 눈빛, 말투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인생 캐릭터’를 선보였다. 순수, 신념, 설렘과 배신, 분노, 증오, 슬픔, 광기 등 갖가지의 감정을 쏟아냈다. 왼쪽 다리가 12살 때부터 자라지 않는 재연의 신체적 고통까지 고루 보여줬다.

‘유리정원’은 동화책 한 장 한 장을 보여주듯 느릿한 전개가 특징이다. 그 속에서 문근영은 특유의 싱그러움을 품고 담담하고 차분하게 캐릭터를 표현했다. 초록과 자연광을 가득 담은 경이롭고 판타지한 미지의 숲과 더없이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 문근영이었기에 100% 표현이 가능했던 잔혹 동화다.

영화 ‘레인보우’ ‘명왕성’ ‘마돈나’로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과 메시지를 전해온 신수원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또 다른 결과 메시지를 담았다. 한 여성의 짓이겨진 삶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자연에 대한 회귀본능, 인간의 이기심과 악마적 본능을 동시에 들여다보게끔 한다. 독보적 소재와 독창적 스토리, 촘촘한 전개, 액자식 구성까지 섬세함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그렇게 신수원 감독과 문근영의 만남은 진귀한 성공을 거뒀다. 25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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