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제강은 13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품질데이터 조작 제품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이에 따른 피해기업도 당초 추정보다 2배 이상 많은 500개 기업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GM·테슬라·보잉·포드 등 30여곳으로 알려졌던 글로벌 피해 기업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현대차의 친환경차 아이오닉과 기아차의 니로에 고베제강의 알루미늄 판재 일부가 사용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친환경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엔진룸 후드 안쪽에 보완재로 사용됐다”며 “차량 구조 등 안전에 문제가 되는 부분과는 관련 없지만 현재 정확한 상황 진단 차원에서 정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기 동체 부품을 제작하는 대한항공도 고베제강 제품을 납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기 제작에 사용되는 중간재로 구체적인 부품이나 규모에 대해서는 내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이 미국 공장에서 수입한 주요 차량이나 한국닛산과 포드코리아가 수입 판매한 차량, 테슬라코리아의 차량 등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알루미늄은 경량화 소재로 안전과는 직결되지 않는 부분이라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베제강이 알루미늄과 구리 외에 주력 제품인 철강 소재에 대해서도 데이터를 조작해왔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피해 산업 분야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철강은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에 사용되는 소재다. 실제로 고베제강은 이날 자동차 엔진 부품이나 볼트·너트 등에 사용하는 선재(線材)와 특수강 등 9개 부품에서 추가로 데이터 조작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엔진 부품의 문제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고베제강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밸브 스프링용 선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에 이른다.
향후 고베제강은 1개월 내 품질조작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사태가 국제적으로 번지면서 신뢰도 하락은 물론 소송 리스크에 따른 경영 위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에다 요지 변호사는 “만약 강도가 부족한 부품이 원인이 돼 사고가 발생하면 고베제강도 손해배상청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미 JR서일본은 고베제강에서 공급받은 신칸센 차량 부품을 교환하는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강도원·박민주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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