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구속 시한(16일 자정)을 사흘 앞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석방을 기대했던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은 현시점에서 내년 4월16일 밤까지로 늘어났다. 그가 맞이한 ‘6개월의 겨울’에 대해 정국 혼란과 재판 파행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유한국당과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구속 재판 원칙을 저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는 추가 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구속영장에는 없던 SK·롯데그룹 뇌물 혐의를 더했기 때문에 이 혐의에 대해 구속영장을 추가로 발부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도 1996년 판례에서 같은 이유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위법하지 않다고 확인했다. 당시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공소사실이 방대하고 재판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구속 연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은 정국 혼란과 국정농단 재판의 파행을 예방하는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목소리가 많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시간을 끌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도 불출석했고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에도 수차례 불응했다. 7월에는 자신의 재판에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세 차례 연속 나오지 않다가 재판부의 구인경고를 받고서야 출석했다. 김소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2일 국정감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수차례 재판에 불출석한 것은 추가 구속에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추가 영장 발부가 피고인의 정당한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국내 법체계는 일제시대 만연했던 미결수의 부당 장기구금을 막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부터 구속기간 제한 규정(형소법 92조)을 도입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만 사실상 구속 연장이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형사재판의 원칙을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계기에 구속기간 제한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구속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현 규정이 법정의 실체적 진실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공판 개시 후 구속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일본·독일·프랑스는 규정이 있지만 중범죄 피고인은 필요 시 제한 없이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헌재 역시 형소법92조의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일률적인 구속기간 제한이 과연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여부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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