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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리뷰] ‘맨헌트’ 아재유머 능가하는 감성, 시대착오적 오마주

“옛날 영화들은 모두 이렇게 끝나죠.”

영화 ‘맨헌트’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이 대사가 영화 전체의 맥과 맞닿아 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맨헌트’(감독 오우삼)가 14일 부산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 시사회를 통해 소개됐다.

‘맨헌트’는 니시무라 유코의 1974년 동명 소설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를 원작으로 오우삼 감독이 43년 만에 리메이크한 액션 영화. 해당 소설은 1976년 일본 영화로도 제작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맨헌트’는 존경받는 변호사에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전락한 두추(장한위)와 그를 추적하는 베테랑 형사 야무라(후쿠야마 마사하루)를 따라간다. 음모에 빠졌음을 직감한 두추는 진실을 찾아 도주하고, 그를 좇던 야무라는 사건의 이면에 또 다른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두 남자의 운명이 교차하는 과정을 그린다.

홍콩 액션 느와르의 전설 오우삼 감독이 20년 만에 스스로의 전공 장르로 복귀했을 뿐만 아니라, 홍콩, 중국, 일본, 한국이 합작해 아시아의 굵직한 출연진이 영화를 수놓는다. 하지원을 비롯해 장한위, 후쿠야마 마사하루, 쿠니무라 준 등이 ‘맨헌트’ 하나로 모였다.

/사진=‘맨헌트’ 스틸




그렇게 최강 인력이 집결된 ‘맨헌트’이지만 이들이 효과적으로 쓰였는지는 의문이다. 70년대 원작의 특징을 띤다지만 러닝타임 106분간, 시대를 역행하는 촌스런 느낌이 뒤범벅 돼 있다. ‘아재유머’와 맞먹는 ‘할리우드식 무맥락 유머’, 상투적인 전개와 대사, 캐릭터의 무의미한 소비, 개연성 상실 등으로 줄곧 실소를 유발한다.

‘맨헌트’는 거친 남자의 세계, 범죄와 쌍권총 그리고 날아오르는 비둘기까지 오우삼 감독의 특징들로 정돈됐다. 남자의 의리와 연대를 강조했던 감독의 인장도 원작의 성격에 맞춰 빠짐없이 담겼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가 시대착오적이며, 원작의 오마주로 그 시대의 영광을 재현한 것 치고는 초라할 뿐이다. 특히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배경 가운데 두추와 야무라가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의도와 다르게 미장센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가 바란 지점은 시적인 허세, 등장인물간의 뜨거운 우정일테지만, 멋진 척을 하는 데서 멋짐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각본, 연출부터 과거 지향적인데 가장 큰 문제인 편집에서 이것이 보완되기는커녕 맥을 툭툭 끊는다. 일부 주조연의 발연기도 보이는데, 그나마 장한위, 쿠니무라 준의 묵직한 내공, 하지원의 액션 연기가 극의 맛을 지킨다.

1986년 ‘영웅본색’의 부활을 바랐을까. 하지만 ‘맨헌트’는 80년대 홍콩영화의 쇠퇴를 단적으로 되짚는 계기가 되겠다. 지금에 와서도 오우삼 감독의 감성, 한 우물파기에 열광할 관객은 얼마나 될까.

/서경스타 부산=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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