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제시한 최후통첩 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이끄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푸지데몬 수반은 스페인 정부가 16일 오전 10시(현지시간)까지 분리독립 선언 여부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데 대해 응답을 앞두고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우선 스페인 정부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분리독립 추진 포기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후안 이냐시오 조이도 스페인 내무장관은 총리가 제시한 최후통첩을 하루 앞둔 15일 “상황을 되돌리기에 너무 늦은 것이 아니다”면서 “카탈루냐를 벼랑 끝으로 내몬 급진적 소수 정파에 휘둘리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스페인 언론들이 전했다. 이는 독립선언을 유보한 푸지데몬 수반으로부터 배신당했다고 분노하고 있는 카탈루냐의 좌파정당 ‘민중연합후보당’(CUP)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CUP는 푸지데몬 수반이 이끄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자치의회의 연정에서 탈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UP는 카탈루냐 의회 135석 가운데 10석에 불과하지만, 연정 탈퇴 시 푸지데몬 수반이 이끄는 ‘카탈루냐 유럽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상실해 집권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
조이도 장관은 “푸지데몬 수반이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스페인 정부는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측이 분리독립을 선언했다고 최종 판단되면 헌법 155조를 발동해 자치권 몰수라는 초강수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카탈루냐와 스페인 정부 간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푸지데몬 수반은 또한 카탈루냐에 본사를 둔 기업들과 절반에 달하는 주민들의 독립 반대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이미 카탈루냐 지방에 본사를 둔 주요 은행과 기업들이 본사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업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도 정국 혼란과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독립추진에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지도부와 EU 각국 정상들 역시 카탈루냐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유럽 통합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스페인 정부를 거들며 독립 추진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분리독립 세력이 활동하는 유럽 지역에 카탈루냐의 독립추진이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독립 반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푸지데몬 수반은 이미 지난 1일 “분리독립 추진 권한을 주민 투표를 통해 위임받았지만, 대화를 위해 독립 추진을 유보한다”고 대내외에 선언, 스페인 정부의 압박에 쉽게 굴복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미 대화까지 제의하는 등 상당 부분 후퇴한 상황에서 스페인 정부에 마지막에 백기 투항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그동안 주장해온 주민투표의 정당성을 스스로 뒤엎는 모양이 되는 데다 연정 붕괴는 물론,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지데몬 수반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표명했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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