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꺼낸 책을 다 읽고 로봇에게 건네면 알아서 직원들에게 돌려준다. 직원이 새로 입고한 다량의 책을 나를 때도 로봇의 도움을 받아 가뿐하게 무거운 카트를 민다. 네이버의 기술 자회사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로봇 ‘어라운드’를 도입한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YES24’ 중고서점 ‘F1963’에서 이달 안에 일어날 실제 모습이다.
네이버는 16일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린 자사의 기술 포럼 ‘데뷰(DEVIEW) 2017’을 통해 자체 개발 로봇 9종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지난해 실내지도 제작 로봇 ‘M1’을 처음 선보이고 본격적으로 관련 연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뒤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특히 이날 행사는 검색, 블로그, 온라인 쇼핑 소프트웨어(SW) 기반 중심의 네이버가 하드웨어(HW)까지 포함한 종합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실내 자율주행 로봇인 ‘어라운드’. 이 로봇은 M1이 제작한 3차원 실내 지도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받아 스스로 움직인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로보틱스 리더는 “로봇을 연구자들끼리만 살피면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넓은 서점에서 시범 운영할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라면서 “어라운드는 3개월 동안 적용해보고 회수한 뒤 다음 단계의 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근력증강 로봇 기술을 카트에 적용한 ‘에어카트’도 실용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에어카트는 카트의 손잡이에 센서에 장착해 사용자의 근력을 감지하고 쉽게 물건을 나를 수 있도록 한 제품. 네이버랩스가 공개한 실험 영상을 봐도 80kg 몸무게의 남성이 올라탄 에어카트를 성인 여성 한 명이 두 손가락으로만 쉽게 밀 수 있었다.
네이버는 M1의 개량형 ‘M1 E1’과 4륜 전동 스케이트보드 ‘퍼스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근력 강화 로봇 팔 ‘앰비덱스’ 등도 선보였다. 시제품 단계인 동물형 로봇 2종과 계단을 올라가는 바퀴 로봇(터스크봇), 물체인식 로봇(TT봇) 등도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네이버는 이날 자율주행 차량 기술과 관련해 연말까지 세계 최고 수준인 ‘4단계’를 구연한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 4단계는 차량의 목적지와 운전 방식 등 큰 틀의 조작만 사람이 하고 나머지는 자동차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는 “위성항법시스템(GPS) 신호가 잘 안 잡히는 도심 음영 지역에서도 자율주행을 할 수 있도록 차선 기반의 위치인식 연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카이스트와 함께 도로와 표지판 정보를 정확하게 자동 추출하는 방식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이날 자녀의 위치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착용형 기기) ‘아키(AKI)’도 공개했다. 손목시계 형태로 만들어진 아키는 GPS 신호가 잘 닿지 않는 실내 공간에서도 정확한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이가 반복적으로 방문한 장소와 환경을 아키가 학습해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