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수도 박물관에는 19세 당시의 세계 형세도(세계 지도)가 전시돼 있다. 한반도에 적힌 ‘조선(朝鮮)’이라는 글자 아래 ‘일점(日占)’이라는 한자어가 희미하게 찍혀 있다. 조선은 일본이 강제로 점거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마치 조선이 19세기 때부터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였던 것처럼 표기돼 있는 셈이다.
같은 박물관의 또 다른 전시실에는 기원전 21세기부터 기원전 221년까지 한반도 전체가 ‘중화 제국’의 영토였다고 표기한 지도도 걸려 있다.
이처럼 고구려·발해 등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비롯해 중국의 역사 왜곡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 측의 수정 요구는 절반 이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북아역사재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단이 중국에 잘못된 역사 기술을 고쳐 달라고 요청한 29건 가운데 실제로 수정이 이뤄진 것은 1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정책 대안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고구려 무덤인 장군총에 있는 설명문에는 ‘고구려 문화재 유적 관광지는 (중략) 여기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떨쳐온 중화민족 비석 예술의 진품으로 불리는 호태왕비가 있고...’ 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광개토왕비가 중화민족의 예술품으로 명시돼 있는 것으로 고구려를 한국이 아닌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의도를 품은 문장으로 분석된다.
김 의원은 “중국이 국경 안에서 벌어진 일을 자국 역사로 편입하는 동북공정을 다양한 형태로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수정 요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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