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항공기 제조공룡’ 에어버스가 캐나다 봉바르디에의 소형 여객기 ‘C시리즈’ 사업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매출 부진에 더해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갈등의 여파로 상무부의 상계관세 폭탄까지 맞으며 위기에 몰렸던 C시리즈는 활로를 찾은 반면 봉바르디에를 압박해온 미국 측은 역풍을 맞게 됐다.
블룸버그통신과 가디언 등은 16일(현지시간) 에어버스가 이날 봉바르디에와 파트너십을 맺고 소형 여객기 C시리즈 프로그램 지분 50.01%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에어버스는 자금수혈이 아닌 마케팅과 공장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나머지 지분은 봉바르디에와 퀘벡 정부 투자 에이전시가 각각 31%, 19%씩 보유할 예정이다.
봉바르디에는 미국의 경쟁 항공사인 보잉사의 청원에 따라 지난달 미 상무부 국제무역관리청(ITA)이 C시리즈 항공기에 219.63%에 달하는 고율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데 이어 최근 반덤핑관세 80%까지 추가하는 관세폭탄을 투하하면서 궁지에 몰리자 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안을 검토해왔다.
봉바르디에는 우선 글로벌 기업인 에어버스의 조달 및 마케팅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삼는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델타항공에 납품할 C시리즈를 에어버스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알랭 벨마레 봉바르디에 최고경영자(CEO)는 “에어버스는 우리에게 최상의 파트너”라며 “이번 파트너십으로 C시리즈 프로그램의 가치가 두 배 이상 커지면서 항공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가 손을 잡으면서 난처해진 것은 미국이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으로 C시리즈가 미국 본토 공장에서 조립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하기로 한 300%의 고율 관세를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에어버스 역시 C시리즈 인수를 통해 최대 경쟁사인 보잉의 숨통을 목전에서 조일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된다고 분석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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