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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군자는 의심스러운 곳에 머물지 않는다(不處嫌疑間·불처혐의간)

이현호 경제부 차장





“‘열자(列子)’ 설부편(說符篇)을 보면 ‘의심암귀(疑心暗鬼)’라고 나와 있습니다. 지금 딱 그 상황 같습니다.”(금융위원회 관계자) “의심하고 들여다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답답할 뿐입니다.”(KT 관계자)

설부편을 보면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던 도끼를 잃어버렸다. 누군가 훔쳐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다 암만해도 옆집 아이가 의심스러웠다. 자기를 만나기만 하면 슬금슬금 도망치려는 듯한 태도나 말투가 어딘가 겁을 먹고 있는 듯했다. 이웃집 아이가 도끼를 훔친 도둑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날 산에 나무를 하러 가 땅을 파헤치다가 잃어버린 도끼를 찾았다. 자기가 나무를 하러 왔다가 놓아두고는 잊어버린 것이다. 마음속에 의심이 생기면 아무리 옳고 그른 것도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라는 것에 대한 비유이다.

국정감사 시작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인가 특혜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 게이트의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관계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이들은 최순실과 연계됐다는 선입견으로 사실과 달리 오해받고 있다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분명한 것은 금융위와 KT 둘 다 의심을 자초한 행보다. 의혹의 쟁점은 케이뱅크 예비인가 때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은행법 시행령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특혜로 인가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1월 케이뱅크 예비인가 심사 당시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2015년 6월 말)은 14%로 은행권 평균치(14.08%)에 미달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서 관례를 깨고 3년 평균치 기준이라는 새로운 룰을 적용했다. 케이뱅크의 사실상의 주인인 KT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황창규 KT 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연락을 받고 차은택씨의 측근인 이동수 전 KT 전무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발표 직전 영입하는 낙하산 인사를 했다. 예비인가 직전에는 단독 승진시켰다. 이 과정에서 황 회장은 여론 및 대외 이미지 조성을 위해 대외·홍보 부서를 외부 출신 측근으로 전면 교체해 논란을 샀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정기편(正己篇)에서는 ‘군자방미연 불처혐의간(君子防未然 不處嫌疑間)’이라고 했다. ‘군자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비하고 의심스러운 곳에는 머무르지 않는다’고 했다. 논란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엎질러진 물을 쓸어 담을 수는 없다. 하지만 뒷수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계속해 변명으로 일관하면 해답을 찾을 수 없을 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은 시중 은행들의 금리 인하나 서비스 개편 등 적극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이끌어내 이른바 메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연내에 추진할 계획이다. 정치권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염원인 은산분리 완화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국감을 계기로 의혹을 털어내고 갓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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