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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낯설지만 리얼한”…‘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사랑받는 이유

케이블 채널인 MBC에브리원에서 파일럿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 정규편성에 이어 지상파 MBC에서도 방영되기까지 한다. 지난 6월 시청자들과 처음 만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 한국’)의 이야기다.

‘어서와 한국’은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출신 방송인이 자신의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 여행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파일럿에서 다룬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멕시코, 독일, 러시아를 거쳐 지난 19일 방송에서는 인도 여행객들의 한국 여행기가 펼쳐졌다.

/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앞서 많은 여행프로그램이 존재해왔지만, ‘어서와 한국’에서는 난생 처음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즐기는지 리얼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호응을 얻었다. 여기서 바로 ‘어서와 한국’이 뜰 수밖에 없는 이유, 또 앞으로도 많은 한국인들이 이 방송을 봐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우선 좋은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은 여기서도 다르지 않다. 외국인 친구들이 처음 보는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보고 감탄하면 기분이 그리 좋을 수 없다. 잘 즐기지 못하는 것 같으면 손 걷어붙이고 직접 가이드를 해주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독일 편에서 경주 여행기가 그랬다. 자부심 충전의 시간이었다. 경주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통해 접한 관광지이지만 그 역사적 의의나 과학적 구조 등을 아직까지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외국인이기에 갖게 되는 여러 의문들을 함께 짚어보면서 다시금 옛 문화를 되새길 수 있었다. 알베르토가 친구들을 창덕궁으로 초대해 웬만한 한국인보다 해박한 역사 지식을 자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낯설게 보기’는 늘 존재해왔지만 그 가치를 잊고 지냈던 관광자원을 재발견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해 한의원, 타투숍, 고양이카페, 찜질방 등을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서와 한국’을 접하기 전까진 잘 알지 못했다. 김밥의 여러 색깔 재료들과 각종 캐릭터 양말이 외국인 눈에 그리도 귀엽게 보일 줄이야.

서울의 전망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친구들은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에 올랐고 멕시코 친구들은 롯데타워를 방문했다. 고층 건물이 빼곡히 들어서고 그 가운데를 강이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고 함께 감탄했다. 인도 친구들은 무려 “한국의 야경이 홍콩보다 낫다”고 표현했다. 독일 편에서는 서울 속 자연에 대해서도 다시 봤다.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등산을 할 수 있다는 것, 소중한 줄 몰랐지만 사실은 큰 행복이었다.

물론 외국인의 눈을 통해 돌아보게 되는 아쉬운 점들도 있다. 이 경우, 단순히 ‘아쉽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나름의 대책까지 제시를 하니 더욱 알차다. 파일럿부터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것은 역시 가이드북. 역사도 깊고 즐길 거리도 많은 명동을 단순한 쇼핑공간으로 서술해놔 이탈리아 친구들이 깊게 즐기지 못하고 지나간 것, 독일 친구들이 ‘건배’를 ‘갈채’로 오해하게 하는 것 등이다.

이 같은 기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나아가 MC들은 “‘청계천은 낮에 그냥 걷는 것보다 밤에 돌계단에 앉아서 맥주 한 캔 마시는 것이 좋다’, ‘한강에서는 즉석라면을 끓여먹어야 한다’는 내용을 싣자”며 깨알 팁까지 전했다.

/사진=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한국 여행기라고 해서 단순히 한국에 대해서만 알아보는 시간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을 통해 그들 나름의 문화까지 엿볼 수 있었다. 독일이 ‘서비스 사막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질문하고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거나 많은 유럽인들이 한국의 분단 상황, DMZ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 등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 알기 쉽게 전달됐다. 러시아 친구들이 홍대를 목적지에 두고 서울역으로 향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도시가 작아 중심역만 찾으면 어디든 쉽게 갈 수 있는 러시아와 달리 서울은 규모부터 달랐다.

또한 선입견을 자연스럽게 없애고 교류의 장을 넓힐 수 있었다. 러시아 친구들을 통해 외국인에게도 영어 울렁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이미지를 가진 독일에서 온 친구들은 의외의 귀여움과 유머코드로 매회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며 독일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이들 또한 한국이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으나 직접 와보니 여행하기 더없이 좋다며 칭찬했다. 외국인 친구들은 직접 겪고, 우리는 그들의 여행을 간접 체험하면서 서로에 대한 거리를 줄인 것이다.

예능프로그램이니 웃음과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외국인이라는 점을 떠나 누군가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본다는 점에서 발생했다. 이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진은 충분한 리얼리티를 보장했다. 앞서 파일럿에서 정규로 발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도까지 5개국 중 독일 친구들의 경주 1박을 제외하고 모두 서울에서 여행을 즐겼지만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장소가 비슷할 지라도 즐기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어서와 한국’만의 포맷으로 충분히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 수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멕시코 친구들은 즉흥 여행이었다. 별다른 계획 없이도 무작정 흥이 넘쳤고 보는 사람들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하게 따라갈 수 있었다. 독일 친구들은 철저하게 계획된 여행이었다. 한국인들도 한 수 배울만한 코스로, 실제로 따라해 봐도 만족스러울 여정이었다. 러시아 친구들은 연령대가 대폭 내려갔다. 이전까지 책을 통해 여행을 해왔던 것과 달리 스마트폰을 이용해 최신 정보를 습득했다. 보는 관광에서 참여하는 관광으로 변했다.

마지막으로 ‘어서와 한국’에는 드라마가 있다. 하나의 여행이 시작하고 끝나는 과정은 매 편마다 완벽한 기승전결을 이룬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초반 공항에서 숙소를 찾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모습, 때로는 계획대로 풀리지 못해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결국 문제를 풀고 추억을 나누고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공항으로 떠나는 것까지. 더할 나위 없는 서사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눈물겨운 사연이 하나씩 있다. 가족과 친구를 두고 홀로 낯선 한국 땅에 살았던 외국인 출연자에게 친구의 방문은 고향을 마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자국의 친구들을 초대해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출연자나, 그를 위해 고향에서 재료를 공수해와 음식을 만들어주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번 인도편 역시 1회부터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평범하고 소박한 여행이었다면 이번에는 역대급 금수저들이 등장했다. 인도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며 등장한 그들은 초호화 숙소에 묵으면서도 한국의 매운맛을 보고 인형 뽑기를 즐겼다. 전편들과는 또 다른 여행이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각각의 개성 넘치는 여행객들은 처음 온 한국에서 얼마나 신기한 경험을 할까. 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는 얼마나 신선한 감동을 안길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어서와 한국’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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