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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급한 탈원전은 무리라는 국민의 판단

신고리 5·6호의 운명을 결정하기 위한 국민 공론조사에서 압도적 표차로 공사재개라는 결론이 났다.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20일 발표한 공론조사에서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응답이 59.5%로 공사 중단 의견(40.5%)보다 19%포인트나 높았다. 이런 큰 격차는 최근 각종 일반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박빙이었던 것을 감하면 뜻밖의 결과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공론이 모이지 않아 오차범위 내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임에 따라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건설을 재개하도록 정부에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에서 공사재개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공론조사에 참여한 다수 의견이 졸속 탈원전정책에 제동을 건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2조6,000억원이 이미 투입된 원전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 탈원전이라는 대통령 공약에 꿰맞추기 위해 멀쩡하게 짓던 원전 공사를 하루아침에 중단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석연찮았다. 이번 공론조사에서 1차부터 4차까지 조사를 거듭할수록 건설재개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탈원전 성향이 강할 것으로 짐작되던 20대와 30대 젊은 층이 공사재개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막연한 불안감과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과학과 현실에 입각해 냉정하게 판단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관건은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다. 정부는 이번 권고안과 탈원전정책은 별개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공사속개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아 탈원전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 문제와 별개로 원전정책 방향을 물은 결과 축소가 53.2%로 유지(35.5%), 확대(9.7%)보다 다소 높았지만 이것만으로는 탈원전정책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원전비중 축소가 곧바로 탈원전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 없다.



무턱대고 원전을 확대하자는 말이 아니다. 전원 믹스(에너지원 배분)는 장기 전력수급 전망과 원전 대체로 꼽는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능력, 전기요금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원전 비중을 점차 줄일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체에너지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무 자르듯 신규 원전은 절대불가라는 논리는 곤란하다. 원전 수용성이 문제라면 유치 희망지역을 찾으면 될 일이다. 신고리 5·6호기만 하더라도 울진 지역민이 스스로 유치한 원전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은 우리나라 여건에서 전력수급 안정이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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