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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핀크스·서경 클래식 개막]이정은 "올해 최고 칭찬은 '믿고 보는 선수'…독기 품고 더 발전해야죠"

'최고의 한 해'보낸 '핫식스' 이정은…아주 사소한 18문18답

골프 안 할 땐 패션매거진 열독

은퇴하면 주부로 가정 꾸리고파

징크스 조짐 보이면 맞서는 타입

美무대 진출 거론은 '시기상조'

이정은이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활짝 웃으며 인터뷰하고 있다. /서귀포=이호재기자




스타가 떠나면 또 다른 스타가 나온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공식이다.

올해는 이정은(21·토니모리)이 ‘대세’. 지난주 대상(MVP)을 확정한 그는 26일 현재 상금(10억1,200만원), 평균타수(69.80타), 다승(4승) 등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7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개막하는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하면 상금·다승왕까지 3관왕 확정이다. 이번주 KLPGA 투어 역대 최고 MVP 포인트 작성이 확실하고 남은 3개 대회마저 컷 통과한다면 컷 탈락 없이 MVP를 수상하는 역대 다섯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린다.

‘핫식스’ 이정은을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6일 핀크스GC 클럽하우스 ‘왈종룸’에서 만났다. 딱딱한 질문은 내려놓고 ‘아주 사소한’ 18문18답으로 코스 밖에서는 해맑기만 한 ‘2년차 승부사’ 이정은을 들여다봤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데요, 올해 자신에게 해준 가장 큰 선물이 있다면요.

△옷이요. 평소에 눈여겨보던 스타일의 옷 다섯 벌을 US 여자오픈에 다녀오면서 아웃렛에서 샀어요. 운동복이냐고요? 절대 아니죠.

-최근 인터뷰에서 다시 태어나면 배구선수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잖아요. 왜 꼭 배구죠?

△김연경 선수를 굉장히 좋아해요. 학창 시절에 운동회를 정말 좋아했는데 그래서인지 단체운동에 대한 선망이 있어요. 그중에서도 배구가 재밌어 보여서요. 발보다는 손으로 하는 것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지금보다 키가 클 수 있다면 배구선수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탁구요? 아빠와 중학교 때 대결해보기는 했는데 저는 네트를 겨우 넘길 정도의 실력밖에 안 돼요.(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씨는 지난달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딴 탁구 실력자다. 이씨는 25톤 덤프트럭 운전기사로 일하던 1990년 30m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야디지북(코스안내 책자)에 어떤 글을 써놓나요.

△멘털 강화를 위한 문구 같은 건 없고 연습 라운드 때 홀별로 난도를 측정하고 상·중·하를 한문으로 적어놓아요. 실전 때 그걸 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공략법을 떠올리는 거죠.

-14개 클럽 중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클럽은요.

△드라이버요.(드라이버 샷 거리와 정확도 모두 전체 10위권으로 안정적이다.)

-나를 가장 수다스럽게 만드는 친구는요.

△지금 3부 투어에서 뛰는 채유경·신혜민이요. 고교 때부터 같은 아카데미에서 골프 배운 친구들이에요. 그 친구들만 부르는 제 별명도 있는데 짱뚱어예요. 제 고향 순천에 많은 바닷물고기. ‘뚱어야, 뚱어야’ 이렇게 불려요.

-골프 말고 가장 잘하는 것은요.

△어떡하죠? 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취미도 없는 사람이네요. 시즌 중에는 골프장 아니면 학교(한국체대) 가기 바쁘고 시즌 끝나면 연습하고 전지훈련 가고요.

-징크스나 대회 기간 일부러 안 먹는 음식 같은 것도 있죠?

△징크스 같은 걸 애초에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에요. 징크스가 생길 조짐이 보이면 일부러 피하지 않고 더 이겨내 보려고 덤벼요.

-하루 동안 완벽한 자유가 주어진다면요.

△쇼핑할래요. 전 액세서리에 전혀 관심 없고 옷만 좋거든요. 옷 보면 기분도 좋아지고요. 시간 나면 패션매거진 사진 즐겨보고 TV도 패션 관련 프로그램 자주 봐요. 패션 디자이너의 꿈요? 한번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시즌 뒤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여행을 간다 간다, 하면서도 매번 못 갔어요. 이번엔 꼭 시간을 내 친구들과 싱가포르에 가려고요. 아까 얘기했던 그 친구 둘하고요. 아무래도 운동선수라 조금이라도 다치면 안 되니까 치안이 확실한 곳을 찾다가 싱가포르로 결정했습니다.

-미국 진출 계획은 정말 없는 거예요? 내년에 비회원 신분으로 나간 대회에서 우승할 수도 있는데요.

△현재로서는 초청선수 등으로 나가서 우승하더라도 미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어요.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큰 것도 있지만 첫 번째 이유는 아직 골프 기량으로도 준비가 안 됐다고 느껴서입니다.

-골프가 지긋지긋했던 기억도 있는지요.

△국가대표에 두세 번 떨어지던 때 그런 마음이 컸죠. 그래도 골프를 접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때 (가정 형편상) 3년간 골프를 쉰 기간도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따라잡아야 한다는 마음이었죠.

-이정은에게 숫자 ‘6’이란?

△지금의 이정은을 만들어준 숫자죠. 이렇다 할 별명이 없었는데 ‘이정은6’이 등록명이자 별명이 된 거죠. 저한테 6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고 행운을 주는 ‘러키 식스’가 됐어요. 올해 4월 첫 우승을 할 때도 사흘 내내 66타를 쳤고요. 동료 이소영 선수는 지나가다가 6 모양의 블록을 보고 선물을 해주더라니까요.

-‘죽기 전에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 하는 나만의 버킷리스트는요.

△미국도 US 여자오픈 출전하면서 처음 가봤는데 유럽은 꼭 한번 여행해보고 싶어요.

-생애 마지막 라운드가 남았다면 누구와 18홀을 돌 건가요.

△여러분들이 많이 떠오르지만 김봉주 전 국가대표 감독님은 빼놓을 수 없어요. 아카데미를 소개해주시고 이렇게 투어를 뛸 수 있게 밑거름을 놓아주신 고마우신 분이거든요.

-올해 내가 들은 최고의 칭찬은요.

△‘믿고 보는 선수다’. 팬클럽에서 나온 얘기인데 아무래도 꾸준히 성적을 내니까 좋게 얘기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컷 탈락하는 거였는데 또 살아서 올라가고요. 여기서 더 발전해야죠.(이정은은 올 시즌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컷 통과에 성공했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요.

△내년에는 또 어떻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이 커요. 부쩍 늘어난 팬 분들을 위해서라도 태국 전훈을 뜨겁게 보내봐야죠.(이정은의 팬클럽 회원 수는 1,200여명에 이른다.)

-내게 가장 힘이 되는 노래는요.

△래퍼 도끼 노래를 특히 좋아합니다. 어릴 때의 가난과 아픔을 다 이겨내고 성공했다는 내용의 가사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노랫말들이 큰 힘이 돼요. 또 ‘센’ 가사들도 많은데 들으면 독기를 품을 수밖에 없어요.

-골프는 언제까지 하고 싶나요.

△서른 살까지만 하겠다고 하다가 막상 그 나이가 되면 그만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도 그럴지 모르지만 아직은 어리니까 서른까지만 하고 싶다고 말할래요. 제가 외동딸이라 그런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대한 로망이 있거든요. 가정주부로서의 또 다른 인생에 기대가 큽니다. 미국에서 우승하거나 세계랭킹 1위에 오르거나 하는 것도 좋지만 골프선수로서 또 다른 길을 제시한 선수였다는 평가도 나중에 받고 싶고요.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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