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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드]판도라 상자 열린 왜곡된 남성권력

전세계 뒤덮은 성추문 파문

美 할리우드, 월가 등 넘어

유럽정치권까지 번져 일파만파

"유럽의회 성희롱의 온상" 보도

토론회 이어 결의안 표결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총회 도중 성폭력 예방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자 독일 녹색당 여성 의원들은 하나 둘 ‘미 투(#MeToo)’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였다. 이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나도 당했다”는 뜻의 ‘미투’ 해시태그를 붙여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성범죄 고발 캠페인의 일환이다. 미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행 파문이 후폭풍이 미국 내 각계는 물론 국경을 넘어 유럽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성범죄에 멍들었던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이날 영국 BBC 뉴스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오후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26일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일부 언론에서 여성 보좌진에 대한 유럽의회 의원들의 성추행 사건을 잇따라 고발하고 나서자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유럽 정치권까지 번진 성추행 파문은 이달 초 여배우들과 부하 여직원들이 유명 제작자인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촉발됐다. 지금까지 와인스틴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여성이 50명을 넘어선 가운데 할리우드발(發) 성추행의 파장은 미국 월가와 정계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세계 최대 투자회사인 피델리티는 최근 부하직원에게 부적절한 내용의 성적발언을 한 고위간부 2명을 퇴출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정치 로비스트, 컨설턴트 등 의회를 무대로 활동하는 여성들도 목소리를 내며 왜곡된 성권력을 고발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일리노이주 정가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 성적 협박을 폭로하는 공개서한에 지난 24일 현재까지 130명 이상이 서명했다. 미 여배우 헤더 린드는 2014년 TV 프로그램 홍보 도중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부시 전 대통령 측이 성명을 통해 “나의 유머가 린드에게 고통을 줬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성추행 파문이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져나오는 영화계와 월가·정계는 성공한 여성 지도자가 드물고 성차별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 일리노이주 의원들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서한에 “모든 업계는 자신만의 ‘캐스팅 카우치(casting couch)’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캐스팅 카우치는 할리우드에서 막강한 권력을 쥔 남성 제작자와 감독들이 여성 배우 지망생에게 배역을 미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풍문에서 유래한 용어다. 성공한 남성 중심 문화가 비단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오랜 권력구조를 형성하면서 각종 성범죄가 발생하고도 묵인돼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와인스틴 파문을 계기로 “더 이상 침묵은 안 된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타면서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앤젤리나 졸리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까지 성추행 폭로에 합류하면서 일반인들도 SNS에 성추행 피해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트위터에 성추행 피해 경험을 고백한 미국의 체조 올림픽 메달리스트 맥카일라 마로니는 “우리의 침묵은 가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이제는 우리가 그 힘을 되찾아올 시간이다. 목소리를 높이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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