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 계속 나와서 동반 플레이어 퍼트 하려고 할 때 진짜 곤혹스러워요.”(박지영)
“어제 병원 갔더니 포진이라네요. 링거 맞고 나왔습니다.”(장하나)
아프다는데 샷 감각은 최고조다. 박지영(21·CJ오쇼핑)과 장하나(25·비씨카드) 얘기다.
박지영은 28일 제주 서귀포시의 핀크스GC(파72)에서 계속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핀크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2라운드에서 버디만 6개를 잡았다. 이틀 합계 10언더파로 선두(이정은, 김혜선)에게 4타 뒤진 공동 3위. 장하나는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7타를 줄였다. 합계 9언더파 공동 6위(박소혜, 이선화)로 역시 충분히 우승을 노릴 위치다. 가장 어려운 7번홀(파4)에서 168야드 거리의 두 번째 샷을 6번 아이언으로 핀에 붙여 버디를 잡기도 했다.
박지영과 장하나는 각각 감기와 포진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박지영은 목소리가 확 변했고, 장하나는 1라운드를 마치고 링거를 맞을 정도로 아프다. 그런데 둘은 샷 감각만은 최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대로면 마지막 날 우승 경쟁에서 둘의 이름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3년차 박지영은 올 시즌 우승만 없지 모든 부문에서 고른 기량을 선보이며 상금랭킹 8위(4억1,900만원)에 올라있다. “돌이켜보면 첫해는 쇼트게임이 정말 안 좋았는데 매년 쇼트게임이 좋아지고 있고, 멘털적인 부분도 조금씩 편해지고 긴장감도 적어지고 있다”는 설명. “전체적으로 성숙해지고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지난주 대회 포함 올 시즌 준우승이 두 번인 박지영은 “부모님이 올해 우승하면 자동차를 사주시겠다고 했다. 3년 전 딴 면허도 있기 때문에 솔직히 이번 대회 우승이 욕심난다”며 웃었다. 마침 첫 우승이 제주에서 터졌던 터라 예감이 좋다고 한다.
장하나도 시즌 첫 승을 노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이미 1승이 있지만 중간에 국내 무대로 유턴한 뒤로는 우승 없이 준우승만 두 번이다. 최근 대만에서 열렸던 LPGA 투어 대회에 다녀오는 과정에서 체중이 4㎏이나 빠지고 몸도 정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이번 주는 샷 감이 정말 좋다고 한다. “인터벌도 없이 그냥 대고 칠 정도로 아이언 샷 감이 최고고 드라이버 샷도 좋다”는 설명. “시시각각 컨디션이 달라지는 게 골프지만 우승 욕심은 감출 수 없다. 내일(28일) 최종 라운드에는 바람이 좀 세진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렇다면 조금 더 자신 있다. 바람에 강한 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하나는 한 시즌을 돌아보면 한국에 돌아오길 잘한 것 같으냐는 질문에 “네”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는 “미국은 항상 비행기로 이동해야 해 부담이 있는 데다 아플 땐 병원을 찾기 힘들고 보험도 안 된다.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서 이렇게 선수생활을 하는 게 정말 편안하다”고 했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