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 제작보고회가 30일 오전 서울시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과 주연배우 김무열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기억의 밤’은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김무열)과 형의 흔적을 쫓을수록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강하늘)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충격적 진실을 담은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물.
장항준 감독은 9년만의 복귀작으로 ‘기억의 밤’을 선택했다. 앞서 영화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으로 스토리텔링과 연출을 인정받은 장 감독은 드라마 ‘싸인’ 연출과 극본을 맡고 ‘귀신이 산다’, ‘끝까지 간다’ 각색에 참여하는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그는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일은 계속했지만 극장용 영화가 오랜만이어서 떨린다. 저에게는 고향 같은 곳이다. 26살부터 시나리오 작가를 시작해서 지금 20년이 넘었다. 항상 돌아오고 싶었던 곳인데 여의치가 않았다. 이번에 시나리오 열심히 써서 좋은 배우 분들 모시고 뵙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2014년 연말,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지는데 누군가가 사촌형이 가출했다가 돌아온 이야기를 했다. 얼굴도 목소리도 같은데 지내다보니 형이 아닌 것 같으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말이 나와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며 “초고에 1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논리적 비약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꼼꼼하게 했다”고 작품 기획 계기와 과정을 밝혔다.
장항준 감독은 아내이자 앞서 스릴러물을 집필한 경력이 있는 김은희 작가에게 초고를 평가받았다. 그는 “아내 첫 마디가 ‘오, 오빠 이거 재미있다’였다. 이번에 잘 될 것 같다고 하더라”라며 “되게 깐깐하고 대본에 대해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치밀한 사람이다. 자기가 대본을 쓰는 사람으로서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해 평가가 인색한데 좋은 반응이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납치된 후 19일 만에 돌아왔지만 기억을 잃은 형 유석으로 분한 김무열은 선과 악, 양극단을 넘나드는 야누스적 매력을 섬세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김무열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감독님이 워낙 스토리텔러로 유명하시다. 탄탄한 스토리와 훌륭한 시나리오 덕분에 선택에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에게는 스케줄적인 문제밖에는 없었다. 시나리오를 봤는데 스릴러의 긴장감이 대단했다.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은 스펙트럼 넓은 캐릭터였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어떤 배우든지 선택에 망설임이 없을 작품이다”라고 극찬했다.
모든 것을 의심하며 미쳐가는 동생 진석 역의 강하늘은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기억의 밤’을 선택했다. 앞서 영화 ‘동주’, ‘재심’, ‘청년경찰’을 통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만큼 이번 스릴러물에서 어떤 연기 변신을 했을지 기대가 모인다.
지난 9월 군 입대한 강하늘은 이날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영상을 통해 “빗속에서 맨발로 달리는 장면. 하루 안에 찍어야 해서 달리고 또 달리는 게 힘들었다”며 “형을 납치한 차를 쫓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사람은 달리기로 절대 차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강하늘과 김무열 두 사람 모두 장항준 감독에게 캐스팅 1순위였다. 먼저 시나리오를 전달한 강하늘 측에서 ‘정말 저에게 들어온 시나리오가 맞냐’며 묻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장항준은 기세를 몰아 김무열에게도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다행히 김무열 또한 길게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장항준 감독은 특히 김무열을 섭외한 이유로 “평소에 김무열이 안경을 쓰면 지적이고 벗으면 묘한 느낌이 있다. 원래 안경을 쓰다가 라식을 했다고 하더라. 안경을 안 쓰던 사람이 쓰면 어색한데 그렇지 않았다. 유석 역할에 적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섭외 1순위 배우들답게 촬영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몫을 해냈다. 장항준 감독은 “배우들이 다 기대 이상이었다. 강하늘이 정말 잘한다. 나영희 선배님도 칭찬을 하더라. 상승세가 이해가 됐다”며 “김무열은 ‘이 영화 잘 되겠는데’라는 확신을 가진 장면이 있다. 집 앞에 서서 동생 강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면서 느낌이 달라야 되는데 김무열 눈빛이 다했다”고 극찬했다.
‘기억의 밤’에서는 이 외에도 문성근과 나영희가 두 형제의 부모 역으로 출연, 극의 깊이를 더한다. 오는 11월 개봉.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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