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흥진호’가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발단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장관은 어선이 나포된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의에 대한 송영무 장관의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고 알았다”는 답변이다. 송 장관의 답변 이후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군이 어선의 납북과 석방 소식을 언론 보도로 알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추궁이 이어졌다.
심지어 음모론까지 나왔다.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은 ‘선원들이 젊고 귀환할 때 표정이 어두웠다’는 점을 들어 ‘세간에는 흥진호가 문재인 정부로부터 모종의 임무를 받고 올라갔다. 귀환 선원들은 북의 공작원이라는 말도 돌아다닌다’며 정확한 실상을 보고하라고 다그쳤다.
진상은 어떤 것일까. 우선 대화퇴어장은 연안이 아닌 독도에서도 340㎞나 떨어진 먼바다다. 어선이 출항하면 짧게는 4일, 길게는 보름 동안 조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선이 스스로 위치를 보고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흥진호의 경우 북한에 나포되면서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및 항법기기 고장 유무는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나 과거에도 북한 해역에 들어가 조업하다 나포된 어선들이 잘못을 추궁받을까 두려워 연락을 안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해양경찰이 흥진호를 ‘위치 보고 미이행 선박’으로 분류하고 수색활동을 펼쳤다는 점은 흥진호가 납북 상황에서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해군은 해경에게 이런 사실을 통고받고 수색작전을 지원했다. 법사위 의원들은 해군참모총장조차 피랍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끈질기게 추궁했다. 그러나 공해상에서 조업 중인 어선의 위치 미보고는 많이 발생하는 사안이어서 해군 작전사령관의 총장에 대한 보고 사안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울진항의 한 선주는 “대화퇴어장은 연안어업과 원양어업의 중간쯤에 해당된다”며 “흥진호 나포를 둘러싼 국회 논란은 대화퇴어장의 특성과 어업 환경을 몰라서 발생한 웃지 못할 촌극”이라고 평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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