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방송된 ‘당잠사’에서는 피해자의 부검과 장기적출을 동시 진행함으로써 장기이식을 받는 이들의 목숨도 살리고, 억울한 피해자의 죽음도 풀어주는 검사 정재찬(이종석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문태민(류태호 분) 작가의 출판기념회에서 조교 이환은 제자들을 향한 문태호의 갑질을 폭로하며 그의 분노를 샀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 조교를 끌고 간 문태호는 일방적인 폭행을 행사하면서 그의 목을 졸랐고, 그러던 중 조교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떨어지면서 뇌사 상태가 됐다. 이렇다 할 목격자도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조교는 자칫 사고사로 끝나게 될 뻔했다. 심지어 생전 장기기증 서명을 했던 조교였기에 이를 시행할 경우 부검을 진행할 수 없기에 자칫 문태민 작가의 죄가 그대로 묻히기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가게 된다.
이를 발견한 건 한강 지검 형사 3부에 말석이 재찬이었다. 석연치 않음을 풀기 위해서는 부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던 재찬이었지만, 장기 적출 승인을 미루기에는 7명의 생명이 걸려있기에 쉽사리 판단을 내릴 수 없었기에 더더욱 고민했다.
결국 재찬의 선택은 장기이식과 부검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실제 사례가 있었으며, 생명의 존엄함과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푸는 것 둘 다 중요하다고 여겼기에 둘 다 놓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호기롭게 진행한 재찬이었지만, 이내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자칫 잘못하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책하고 있는 재찬을 달래준 사람은 남홍주(배수지 분)이었다.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재찬에게 다가간 홍주는 그가 재판에서 승소하는 꿈을 꿨다고 말해줬다. 물론 이는 재찬을 격려하기 위한 거짓말이었으며, 실제 예지몽은 재판에서 패하고 재찬이 검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었다.
홍주의 거짓말을 믿었던 재찬은 자신의 신념대로 조교는 사고사가 아닌 살인 피해자이며, 범인은 문태민 작가라고 밀고 나갔다. 문태민 작가의 변호인은 이유범(이상엽 분)이었다. 뒤늦게 나타난 이번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5세 남자아이. 재판에서 유범은 증인으로 선 아이의 진술을 반박하며 신빙성이 없다고 몰아갔다.
여론이 피고인의 편에 서려던 찰나, 재찬이 사건 당시의 녹취록과 증인의 진술을 대조해 흐름을 뒤집었다. 그리고 이어진 재판에서는 우주와 함께 했다. 조교에게 장기이식을 받아 아들을 살린 손우주(배해선 분) 검사는 누구보다 열심히 해부학을 공부하며 유범의 변호에 맞설 준비를 했다.
재찬보다 더 예리했던 우주는 유범이 주장하는 항목들을 먼저 치고 들어가며 유죄로 흐름을 잡아갔다. 하지만 호락호락한 유범이 아니었다. 유범은 “뇌사는 형법에서 사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만일 피해자 이완이 머리를 다쳐서 뇌사에 빠진 다음에 시간이 지나서 심장이 멈춰 사망을 했다면 그 죽음에 대한 책임은 피고인에게 물을 수 있지만, 피해자는 장기이식 수술을 하면서 심장이 정지한다”고 형법상 심장사는 피고인이 아닌 의사에 의한 것이라 주장했다.
재판을 지켜보던 조교의 부친은 흥분했고, 현장에 있던 홍주는 그를 달래면서 진정시킨다. 이와 동시에 홍주는 아닌 척 큰 소리로 재찬에게 힌트를 전달했고, 이를 포착한 재찬은 사건의 과정에서 의사를 빼놓아도 어차피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렀지만 피고인을 뺀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하며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갔다. 재찬은 피고인을 뺀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며, 7명의 생명을 살려낸 피해자의 정의 또한 악용되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승소였다. 재찬은 유범을 이겼을 뿐 아니라, 문태민 작가에게 유죄까지 선고했다.
문태민 작가의 사건은 재찬이 유범을 이기게 해줬을 뿐 아니라, ‘자기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홍주의 트라우마를 해결해 주기까지 했다. 위기를 극복한 재찬과 홍주의 사랑은 더욱 깊어졌고,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날 무렵, 또 다른 예지몽을 꾸는 주인공 한우탁(정해인 분)이 사실은 적록색약이라는 비밀이 밝혀지면서 드라마에 또 다른 긴장감을 선사했다.
이틀 간 진행된 ‘문태민 작가의 살인사건’은 장기기증과 부검, 그리고 이에 대한 법의 허점을 짚어주는 동시에 ‘악마의 세치혀’를 가지고 있는 유범의 악랄함의 끝을 보여주면서 안방극장의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자신이 예지몽을 꿨음에도 막지 못했으며, 도리어 자기 때문에 아빠가 죽었다는 죄책감이 있었던 홍주는 이번 재판을 통해 “아빠는 탈영병 때문에 돌아가신 것이고, 그 순간 거기에 없었어도 그 일은 일어났다.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걸 몰랐다”를 깨달으며 긴 시간 자신을 괴롭혔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활약에도 시청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며, 두 자릿수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잠사’의 최고 시청률은 지난달 18일 방송됐던 14회가 기록한 10.0%(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다. 물론 꿈의 두자릿 수 돌파에는 성공했지만, 이날 방송된 13, 14회 하루 평균 시청률은 9.3%로 어딘가 아쉬운 성적이다. 더 아쉬운 것은 이후 ‘당잠사’는 오름세 없이 7~8%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아무리 본방사수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하지만, ‘히트메이커’ 박혜련 작가와 배우 이종석의 의기투합 치고는 아쉬운 성적이다.
박혜련 작가와 이종석은 유독 합이 잘 맞는 작가와 배우로 꼽힌다.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피노키오’에서도 이들의 의기투합은 빛을 발했고, 덕분에 화제성은 물론이고 시청률까지 톡톡히 챙기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전작이 너무 흥행해서일까. 엄밀하게 따지면 ‘당잠사’의 성적은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지도 않은 진한 아쉬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잠사’의 가장 큰 아쉬움은 ‘너목들’이나 ‘피노키오’처럼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 사건이 약하다는 것이다. ‘너목들’에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는 민준국(정웅인 분)이, ‘피노키오’에서는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기재명(윤균상 분)이 극의 중심을 잡아주며, 에피소드 드라마가 종종 범하는 흐트러질 수 있는 긴장감을 모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당잠사’에서는 이러한 중심축이 살짝 부족한 상황이다. 유범을 공공의 적으로 놓기에는 극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는 ‘비열함’ ‘악마의 세치혀’ 그 이상의 것이 없는 상황이다. 너무나도 일찍 재찬에게 패해버린 바람에 ‘최종보스’ 혹은 ‘재찬이 넘고 싶은 트라우마의 벽’ 역할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록색약이라는 우범의 비밀과 극중 ‘대형 떡박’이 등장했지만, 이러한 우범의 반전이 너무 늦게 나온 탓에 이를 중심 사건으로 꼽기에도 어딘가 2%가 부족하다.
‘너목들’ ‘피노키오’에 이어 ‘판타지 설정’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의 법정물을 들고 나온 박혜련 작가의 작품 스타일이 이제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는 것도 ‘당잠사’의 흥행 아쉬움에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박혜련 작가의 철저한 고증도 이번 작품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극중 변호사인 유범이 말한 것과 달리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뇌사자가 장기 등의 적출로 사망한 경우 뇌사의 원인이 되는 질병 또는 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뇌사자의 사망시각은 뇌사판정을 한 시각에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잠사’는 사전제작 드라마이다. 지금까지 사전제작 드라마들은 ‘사전제작의 늪’이라는 표현이 붙을 정도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현재까지 ‘당잠사’ 역시 이 같은 ‘사전제작의 늪’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과연 ‘당잠사’는 2%의 아쉬움을 채울 수 있을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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