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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19세기 조선? 화려한 문화 꽃 폈다!

호림박물관 신사분원 '19세기 미술, 일상이 되다'展

총 200여점, 내년 3월31일까지

유럽이 전 세계로 식민지를 확장하던 19세기, 조선은 구미열강·일본·청나라 등의 대외적 위협과 기독교 박해·쇄국정책·민란 등 대내적 혼란으로 어지러웠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바로 앞선 시대인 영·정조 연간(1724~1800)과 비교해 19세기 조선을 서서히 쇠락으로 빠져들던 암울한 시대로 인식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상공업의 발전과 농업 생산력의 향상은 양반층의 증가를 불러왔고 중인층 역시 본격적으로 서예·회화 등의 문화를 누리기 시작한다.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원에서 펼쳐지는 특별전 ‘19세기 미술, 일상이 되다’는 당시 유행했던 회화·서예·도자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문화적 상상력을 엿봤다. 전시는 21점의 사군자·서예를 포함해 총 200여점의 전시품으로 관객을 맞는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석란도. 이하응은 추사의 대표적인 제자였다. 어지러운 시대를 이끌었던 정치가의 면모 외에도 그는 서예와 사군자를 통해 예인의 면모도 보여줬다/사진제공=호림박물관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전시 초입부터 주목을 끈다. 한국 및 중국 역대 명필가들의 개성적인 조형성과 각기 다른 서체의 특징을 종합한 ‘추사체’는 한국 서예사의 대미다. “추사를 아는 자도 없고 모르는 자도 없다”는 말처럼 추앙받던 그에게 흥선대원군 이하응, 허련 등 당대의 많은 유명인사들이 배움을 청했고 훗날 ‘추사일파’로 불리는 거대 흐름을 만들었다. 1부에서는 김정희의 작품을 중심으로 19세기에 활동했던 ‘추사일파’의 서예, 사군자를 관람할 수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소원학공자’ 현판. 김정희는 한국 서예사에서 가장많은 편액 글씨를 남긴 인물이다. /사진제공=호림박물관


김석준의 ‘송운’. 역관인 김석준은 김정희의 제자답게 당대 서예가로도 이름이 높았다/사진제공=호림박물관


전시실 중앙을 장식하는 추사의 ‘소원학공자(所願學孔子)’ 현판은 그의 개성을 잘 드러낸다. 굵고 가늘기의 차이가 심한 필획과 각이 지고 비틀어진 듯하면서도 파격적인 조형미는 그의 전유물이다. 추사는 ‘모나고 굳세며 예스럽고 졸박함’을 예서의 최고 미덕으로 여겼다. 한편 당대에는 손가락에 먹을 묻혀 글을 쓰는 양식이 유행했다. ‘심수상응(心手相應, 마음과 손이 하나돼 자유자재로 표현하다)’의 경지를 추구하던 사대부들이 18세기 후반부터 자주 사용했다. 추사의 제자 김석준(1831~1915)의 ‘송운’은 손가락의 첫번째 마디 바깥쪽에 먹을 묻혀 쓴 것이라 한다. 강인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획의 흐름이 인상적이다.

조선 백자 화려함의 극치인 ‘백자 청채 동채 양각 장생문 병’ 이러한 양각백자는 당시 최고급으로 취급돼 그 값이 상당히 비쌌다/사진제공=호림박물관




2부 ‘화려함에 물들다’에서는 어지러운 정치상황과 다르게 활기 넘치고 화려했던 생활상을 관찰할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백자 청채 동채 양각 장생문 병’은 ‘고려 청자는 화려하고 조선의 백자는 소박하다’는 편견을 한번에 뒤집는다. 몸통 전체를 양각(문양이 도드라지게 보이도록 하는 것)으로 장식하고 그 위에 채색을 한 병이다.

19세기 유행했던 백자무릎연적. 연적의 형태가 마치 무릎을 닮았다고 해 무릎연적이라 불렀다./사진제공=호림박물관


3부에서는 문방사우와 관련된 물건들을 전시했다. 붓을 꽂아두는 필통, 종이를 꽂아두는 지통 등이 전시됐다. 분질서의 동요로 부유층이 증가하자 문방구 수요가 급증해 장식도 새로운 경향이 나타났다. 백자 위주이던 연적과 필통에 복숭아, 개구리 모양 등의 장식이 더해져 볼거리가 많아졌다. 전시는 내년 3월31일까지.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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