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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4차 산업혁명과 위스키의 관계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이사





신이 주신 선물 위스키. 이 세상 사람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위스키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위스키의 특성은 물·맥아·효모 이 세 가지의 간단한 재료와 발효·증류·숙성 등의 제조 과정으로부터 발생하는 미묘한 차이점, 그리고 복합적이고 다양한 상호관계에 의해 나타난다.

최소한 3년 이상 숙성시켜야 제맛이 나는데 오크통에 보관하면 통에서 우러난 여러 성분들과 반응해 점차 부드럽게 숙성된다. 위스키는 12년에서 15년 혹은 그 이상의 오랜 시간을 두껍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오크통 안에서 견뎌내면서 비로소 명품 위스키로 탄생한다. 이때 해마다 대략 2~3%의 위스키 원액이 오크통 밖으로 증발하는데 사람들은 이를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부른다.

만약 30년산 위스키라면 30년 동안 약 50%가 사라짐을 의미하고 50년산이라면 이론적으로는 남아 있는 양이 거의 없게 된다. 과연 우스게바(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어원만큼이나 얻기 힘든 술이 위스키다.



무언가 좋은 것, 훌륭한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위스키는 연산이 오래될수록 그 가치를 더 귀하게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유명한 화학자 제임스 스완 박사는 위스키의 숙성 과정이 “애벌레가 나비로 변태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처음 증류했을 때 보잘것없는 무색투명한 액체가 오랜 세월의 오크통 숙성을 통해 애벌레가 화려한 나비로 변하는 것처럼 황금빛의 영롱한 명품 위스키로 탄생하는 것이다.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한 해 한 해 자신만의 히스토리와 가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떠올리며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진짜 가치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최근에 펴낸 저서 ‘협력하는 괴짜’에서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인공지능(AI)에 이기는 길은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가치와 강점을 키워나가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단점을 보완하면서 살아왔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내가 가장 잘하고 즐길 수 있는 분야에서 강점을 강화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AI와 경쟁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AI가 잘하는 일이 아닌 인간만이 지닌 가치로 승부하라고 단언한다.

어쩌면 흔한 맥아에서 과정 과정마다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을 통해 발효와 증류를 거쳐 수많은 오크통에서 각자의 특성과 독특한 풍미를 창출해내는 위스키의 가치는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나만의 강점으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것처럼, 오랜 인고의 세월을 거쳐 각양각색의 풍미로 탄생하는 위스키야말로 모든 증류주 중 백미인 으뜸 명품주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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