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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환경 어려운데 되레 부작용 커질라...김상조 '개혁 속도조절' 암시

<"현대차, 지배구조 변화 시그널만 보여줘라" 발언 의미>

섣부른 지배구조모델 공개땐

기업 사낭꾼들 표적될 가능성

개혁 결과 아닌 '의지'에 방점

현대차, 일부계열사 지분 축소

공익재단 등도 정리 나설듯

“당장 지배구조와 관련해 무언가를 내놓기에는 상황이 쉽지 않다. 또 너무 많은 이해 관계자들이 관련돼 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지난 2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재계 5대 기업 간담회를 앞두고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어떤 밑그림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의외로 담담한 모습으로 당장 지배구조 개편은 힘들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시총 100조원 현대차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단숨에 처리하기보다는 작은 변화라도 시작하라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대답이었다.

김 위원장이 무조건적인 재벌개혁이 아니라 현실적 개혁의 시작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기업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는 동시에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된 일부 계열사의 지분율을 대폭 낮출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공익재단도 취지에 맞지 않는 계열사 보유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상조 위원장, 어떤 그림 그리고 있나=김 위원장이 요구하는 현대차 지배구조 변화의 시그널은 일종의 제스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 정부 들어 국민들의 재벌개혁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하지만 악화일로의 경제환경을 고려했을 때 섣불리 재벌개혁에 칼을 들이밀다가는 자칫 부작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개혁의 결과’가 아닌 ‘개혁의 시작’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속내로 읽힌다.





사실 김 위원장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공개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들의 지분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공개적으로 새로운 기업 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하면 기업 사냥꾼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그 시그널을 어떤 형태로 줘야 할지는 정해주지 않았다. 아니 정해줘서도 안 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2일 5대 그룹 대표들과의 회동 이후 “기업별로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에 대한 지령을 내렸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이어 “지배구조 하나의 선언적 기준이 있을 수 없다”며 “그룹마다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선언적인 것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지주회사 체제와 같이 특정한 기업 지배구조 모델을 정부가 제시하는 게 아닌 다양한 기업 지배구조 모델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개발하고 그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일부 계열사 총수 일가 지분 낮추고 공익재단도 지분 정리할 듯= 그렇다면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수 있는 ‘제스처’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이 됐던 주요 계열사의 총수 일가 지분을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본다. 이해 관계자가 지배구조 개편보다는 많지 않고 총수 일가의 결단만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상장사 지분율 요건을 기존 30% 이하에서 2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29.9% 보유하고 있다. 30% 규제를 피해가면서 동시에 이득은 챙기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김 위원장은 7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도의 취지에 맞는 변화를 스스로 해달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확 낮추라는 소리다.

현대차그룹 내 물류 담당 기업인 현대글로비스나 광고업체 이노션은 계열사 매출이 70%를 넘는다. 글로비스의 지난해 매출(10조8,000억원)의 70.5%가, 이노션(8,405억원)은 79.9%가 계열사에서 나왔다. 향후 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23%)이나 정몽구 회장(7%)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일부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노션 역시 정성이 고문(28%)이나 정의선 부회장(2%)의 지분 조정이 유력시된다.

김 위원장이 2일 만남에서 공익재단 문제를 지적한 만큼 현대차정몽구재단의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글로비스(4.46%)와 이노션(9%) 지분 총 3,9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 정리를 통해 공익 재단으로서의 순수한 운영 목적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변화의 제스처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 역시 당장 지배구조 개편보다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강도원·강광우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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