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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왕자 11명 체포…사우디 '빈살만 체제' 굳히나

반부패 혐의자 색출 앞세워

국내정책·외교노선 반대파 숙청

현직 장관 대폭 물갈이도 단행

내년초 살만 국왕 퇴임 앞두고

지배체제 확립 본격 행보 나선듯

"아람코 IPO, NYSE와 함께"

트럼프 亞순방 직전 트윗 눈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부패위원회가 11명의 왕자와 전현직 장관들까지 수십 명의 핵심 인사를 전격 체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와 동시에 앞서 빈살만과 왕세자 자리를 다투던 실세들도 장관에서 줄줄이 해임되면서 이미 사우디의 최고 실세에 오른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피의 숙청’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우디 국영 TV와 중동 매체 등에 따르면 사우디 왕실은 4일(현지시간) 반부패위원회를 결성해 왕자 11명, 현직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왕자 중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사촌이자 아랍권 최대 부자로 꼽히는 알왈리드 빈탈랄도 포함됐다. 그는 킹덤홀딩스를 통해 디즈니·21세기폭스·애플·GM 등 글로벌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부패 혐의자 색출은 사우디 왕가가 반부패위원회를 결성한 날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살만 국왕은 이날 반부패위원회 구성을 명령하면서 왕세자를 수장으로 임명한 뒤 “공익 대신 사익을 추구하는 연약한 영혼들에 의해 착취당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반부패위원회가 범죄·부패와 연루된 실체들을 밝혀내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보안 당국의 수장들로 구성된 반부패위원회에는 막강한 권한이 부여됐다. 사우디 영자 신문인 아랍뉴스는 “반부패위원회가 조사는 물론 체포영장 발부, 여행 금지, 금융거래 및 계좌동결까지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부패위는 또 왕가와 관료들의 부패 혐의를 들여다보기 위해 수년 전 발생한 사건까지 들추고 나섰다. 아랍에미리트 민영 방송사인 알아라비아는 이날 왕자들과 전현직 장관들의 체포 소식을 전하면서 “반부패위가 2009년 발생한 제다(사우디 도시) 홍수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알려진 코로나바이러스 이슈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고위 인사들이 반부패 혐의에 연루되면서 현직 장관들의 대규모 물갈이도 이어졌다. 사우디 왕실은 한때 왕세자직을 두고 빈살만과 경쟁하던 미테브 빈압둘라를 국가방위부 장관에서 해임시키고 칼레드 빈아야프를 임명했다. 경제부 장관 역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정부자산 매각 정책을 이끈 친위 인물인 HSBC 중동 최고경영자(CEO) 출신 모하메드 알투와즈리로 교체됐다.

하루 사이에 핵심 인사 수십 명이 체포되고 주요 장관들이 대거 교체된 것은 사우디 개혁을 이끄는 빈살만 왕세자가 본격적인 지배체제 확립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6월 사촌으로부터 왕세자직을 받은 뒤로 국유자산 민영화, 국가보조금 축소, 여성운전 허용 등 기득권이 달가워하지 않는 정책들을 밀어붙여 왔다. 이번 숙청은 빈살만 왕세자의 국내 개혁정책과 카타르 단교 등 왕세자의 외교노선에 반대하는 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빈살만이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예정된 살만 국왕의 퇴임에 앞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 국영 석유사 아람코의 뉴욕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빈살만 왕세자를 압박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직전인 4일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가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함께한다면 매우 감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국내외 동시 상장을 준비하면서 해외 상장지로 런던과 뉴욕을 저울질하고 있다. WSJ는 사우디가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국영 석유사 아람코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이번 반부패 캠페인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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