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이 15세의 연인이었던 마담 드 퐁파두르는 생전에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매일같이 송로버섯을 먹었다고 한다. 아마도 송로버섯의 강한 페로몬 향내가 이성의 마음을 유혹하고 호감도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 속담에 ‘불에 구운 송로버섯을 먹으면 사랑에 빠진다’는 말이 전해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루이 14세 역시 송로버섯 애호가다. 루이 14세가 즐겨 먹은 60여가지 송로버섯 요리는 ‘왕의 요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예로부터 송로버섯은 영양가가 높고 매혹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허약체질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많이 쓰였다. 송로버섯은 떡갈나무나 참나무 뿌리에서 많이 자라는데 주변 토양의 영양분까지 모두 빨아들여 반경 10m 이내에는 잡풀이 자라지 못할 정도다. 특유의 향과 독특한 식감 때문에 서양에서는 푸아그라·캐비어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고급 식재료다. 이 중에서 프랑스 페르고르의 검은 송로버섯과 이탈리아 알바의 휜 송로버섯이 최상품으로 평가된다. 몇 해 전 경매에서는 1.5㎏의 흰 송로버섯이 33만달러에 낙찰되기도 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11월부터 겨울까지 수확하는데 인공재배가 쉽지 않아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린다.
송로버섯은 땅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동물의 후각으로 ‘사냥’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페로몬 냄새에 민감한 암퇘지가 동원됐지만 최근 들어 훈련된 개가 많이 활용된다. 식탐이 많은 돼지가 송로버섯을 재빨리 먹어치우는 바람에 송로버섯을 좋아하지 않는 개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다만 송이버섯은 한번 자라던 곳에서 다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자식에게도 그 장소를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지중해 지역에서만 자라던 송로버섯이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영국에서도 재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는 지중해 지역의 떡갈나무를 가져와 페르고르 송로버섯의 포자를 배양해 대량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재배지역이 넓어진다면 왕의 요리로 알려진 송로버섯이 대중의 식탁에 오를 날도 그리 머지않은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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