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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부암동 복수자들’ 답답한 현실에 ‘사이다’를 던지다

‘부암동 복수자들’의 수동적이던 명세빈이 변했다. 늘 맞기만 했던 남편 정석용에게 뺨을 내리친 것이다.

9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는 아내에게 상습 폭행을 저질렀던 ‘두 얼굴의 교육감 후보’ 백영표(정석용 분)을 향한 아내 이미숙(명세빈 분)의 반격이 그려졌다.

사진=‘부암동 복수자들’ 캡처




앞서 주길연(정영주 분)과 홍상만(김형일 분) 교장에게 ‘일타쌍피’의 복수를 펼친 복자클럽의 다음 복수의 타깃은 김정혜(이요원 분)의 남편 이병수(최병모 분)과 이미숙의 남편 백영표였다.

앞서 정혜는 병수가 자신의 건물을 허락도 없이 명의이전하면서 크게 화가 났던 바 있다. 병수를 향한 큰 복수를 하기 앞서 정혜는 병수에게 제일 위협이 되는 동생을 만난 뒤, 병수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해랑건설 주식을 넘기기로 했다. 당황한 병수는 “누구 마음대로”라고 반박했지만, 정혜는 “당신은 내꺼 함부로 손대지 않느냐. 내가 내꺼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뭐 문제될 거 있느냐”고 침착하게 받아쳤다.

이후 병수는 사정하는 목소리로 “그러면 우리 모두 다 끝난다”고 말했지만, 정혜는 “바라던 바”라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병수는 “내가 네 것에서 손 뗄게”라며 명의이전을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했고, 정혜는 말 없 말했고 정혜는 명의이전을 다시 해놓으라고 말한 뒤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병수가 아니었다. 당장 급한 불을 끈 병수는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정혜와 아들 이수겸(이준영 분)을 해외로 보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에 수겸은 해랑의 회장인 할아버지인 이재국(장용 분)을 찾아가 “제가 발목 잡혀드리겠다. 대신 사모님(김정혜)을 놓아달라”며 “아버지가 저와 사모님을 강제로 외국에 내보내려고 한다. 할아버지가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사진=‘부암동 복수자들’ 캡처


정혜 역시 병수의 가장 치부가 될 수 있는 수겸의 생모 한수지(신동미 분)를 찾아가 “해랑건설 이병수의 내연녀 한수지로 인터뷰를 하라. 그리고 다시는 수겸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말했다. 당장 쓸 돈이 필요했던 수지는 정혜의 제안을 받아드리며 앞으로 펼쳐질 복수극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복자클럽 내에서 가장 수동적이었던 성격의 미숙이 드디어 자신을 위협하는 현실에 속시원한 한 방을 먹인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진 미숙의 생애 첫 기억은 “넌 나쁜 아이야. 못생겼고 멍청해. 그래서 버려진 거야”라고 말하는 고아원 원장의 말이었다. 고아원 원장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려 자기를 두려워하고 복종하게 만드는 것을 훈육이라 여기는 사람이었고, 천성이 순하고 소심한 미숙은 그렇게 자책과 무력감이 체화된 채 자라갔던 것이다.

이는 결혼 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미숙은 남편 영표가 술을 마신 뒤 폭력을 행사해도, 이는 남편이 아닌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무력하게 당하고 자책했던 것이다. 하지만 복자클럽을 통해 정혜와 홍도희(라미란 분), 그리고 수겸과 인연을 맺고, 또 마음을 나누고, 소심한 복수들을 조금씩 성공시키면서 미숙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편과 딸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주체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었다. 복자클럽을 알게 된 영표가 미숙을 추궁하며 “복자클럽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늘 영표 앞에서 작아지는 미숙은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했다.

사진=‘부암동 복수자들’ 캡처


항상 병상에 누워있던 시어머니를 간병하는 동시에 미숙은 병수를 향한 사소한 복수를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이 벌어졌다. 시어머니가 중환자실로 가게 되자 미숙은 영표에게 전화를 걸어 생명이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자신이 교육감으로 당선되는 것이 더 중요했던 영표는 아무렇지 않게 병원이 아닌 정계인사들과 만나기 바빴던 것이다. 결국 또 속이 타들어 가는 사람은 미숙이었다.

심지어 영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죽은 아들을 놓고 언론플레이를 펼치기까지 했다. 억지로 보낸 유학에서 끝내 자살했던 아들이었지만, 이를 도리어 아들이 원해서 유학을 보냈는데,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TV를 통해 이를 본 미숙과 딸 백서연(김보라 분)은 영표에게 큰 충격을 받게 됐다. 서연은 영표에게 “오빠가 과학고 떨어져서 강제로 유학 보낸 거잖아. 왜? 나도 때리게? 나도 죽었으면 해?”라고 따졌다. 대드는 딸에게 손을 올린 영표를 막아선 사람은 미숙이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서연을 때리려 손을 든 영표의 손을 막은 미숙은 곧바로 남편의 뺨을 후려쳤다. 늘 시선을 아래로 했던 미숙이었지만 처음으로 남편 앞에서 눈을 부릅뜬 미숙은 “감히 어디다 손을 대. 당신 끝이야”라고 선언했다.

‘복수’를 앞세우는 ‘부암동 복수자들’이지만, 이들의 복수에는 잔인한 폭력이나 음모, 검은 배후 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복자클럽의 복수에는 잔인함이 없지만, 대신 진실이 있다.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남을 괴롭히는 대상들의 실체를 찍은 뒤, 이를 고스란히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이에 세상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고, 복수의 대상자들은 지금 까지 해왔던 자신의 모든 잘못된 행동에 대해 수치를 느끼고, 이내 무너지고 만다.

‘부암동 복수자들’의 복수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실제로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꿈꿔봤던 ‘세상을 향한 복수’이기 때문이다. 복자클럽이 보여주는 복수와 성장에 공감한 안방극장은 이를 통해 대리 만족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남편을 향한 미숙의 한방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늘 수동적인 자세를 깨고 생애 처음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것에 대해 주체적인 반박을 한 것이었다. 맞고 살던 미숙이 남편을 때렸다는 것은, 미숙의 각성과 동시에 이제 앞으로 펼쳐질 속 시원한 복수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현재 ‘부암동 복수자들’은 종영을 향해 부지런히 달려나가고 있다. 이들이 펼칠 복수의 마지막은 어떤 형태일까. 세상을 향한 복자클럽의 속 시원한 복수의 결말에 안방극장의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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