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증가분을 보전하기 위해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내후년 이후에도 지급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군인연금에도 매년 약 1조 4,000억원의 나랏돈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지원분의 약 절반이 소리도 없이 흘러가는 것으로 수년째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해 비난이 일고 있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군인연금제도 검토 및 개선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군인연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정부에서 국가재정으로 보전한 금액이 1조3,66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규모가 더 늘어나 1조4,0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모든 0~5세 아동에게 매월 10만원씩 현금을 주는 아동수당 내년 투입액(국비 기준 1조 1,000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예산정책처는 한국국방연구원의 분석을 인용해 군인연금에 오는 2020년 1조7,519억원, 2045년에 2조7,861억원의 혈세가 투입될 것으로 분석했다. 군인연금에는 1973년 3억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44년 연속 나랏돈이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군인연금은 ‘성역’으로 남아 있다.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을 단행해 재정건전성이 소폭이나마 개선됐지만 군인연금은 2013년 이후 큰 제도변화가 없다. 2014년 말 군인연금을 개혁하겠다고 밝혔지만 연금 수급자,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해 단 하루 만에 “추진하지 않겠다”며 백지화하기도 했다. 이에 연금 수급자 1인당 국가보전금은 군인이 연간 1,534만원(지난해 기준)으로 공무원(512만원)보다 3배나 많은 상태다. 9년 뒤인 2025년에는 퇴역군인 1인에게 들어가는 나랏돈이 연간 1,853만원이 되며 2035년에는 1,997만원으로 2,00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미연 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국가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물론 군인의 격오지 근무, 상시근무 태세 등 국가안보에 이바지한 공로도 고려해야 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군인연금제도가 적정한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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