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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손녀 성폭행·출산'…인면수심 범죄에 눈물 흘린 판사

원심판결깨고 더 높은 형량 선고 돼…1심 20년·2심 25년

'범행에 대한 반성의 뜻 보이지 않는다' 형량 높인 근거로 제시

어린 의붓 손녀를 성폭행해 아이까지 출산하게 한 50대 남성이 징역 25년을 선고 받았다./ 연합뉴스




10대 의붓 손녀를 성폭행하고 아이를 두 명이나 출산하게 한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강승준 서울고법 형사8부 부장판사는 1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친족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성폭력 프로그램 16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2002년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온 여성의 손녀 B(17)양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6년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1년 당시 11살이던 B양을 협박해 몸을 만지는 등 추행했고 이듬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수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B양은 15세 중학생이던 2015년 임신을 하게 됐고 그해 9월 집에서 아들을 낳았다. A씨의 잇단 성폭행으로 둘째 아이까지 임신한 B양은 첫째를 낳은 지 10개월 만인 2016년 7월 둘째 아들을 낳았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자가 만11세부터 16세에 이를 때까지 지속적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를 가했다”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할 책임을 도외시하고 자신의 성적 요구를 채우려 한 반인륜적 범죄”라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이를 출산했고 이로부터 불과 1개월도 안 된 상태에서 또 다른 아이를 임신했다”면서 “피해자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못 이겨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던 중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눈물을 보였다. 강 재판장은 “피해자는 A씨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길 바란다며 엄벌을 탄원하면서도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엄청난 고통을 겪은 피해자는 사회 관심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어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선뜻 믿기지 않아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어떤 말과 위로로도 피해회복이 안 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A씨의 형량이 원심보다 높은 이유는 범행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임신을 수상하게 여긴 친할머니가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면서 “평소 A씨로부터 ‘범행을 알리면 할머니도 너도 다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당한 피해자가 차마 성폭행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허구의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통해 출산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이 사건에서도 합의한 채로 성관계를 했고 임신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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