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10일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적폐청산’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은폐 혐의로 수사받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투신 사망 사건이 대표적 충돌 지점이었다.
이날 예결특위 비경제부처 예산심사에서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정한 적폐청산 수사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며 “국정원 수사 방해 혐의를 받던 검사가 투신했고 변호사도 자살했다. 무리한 하명수사가 쏟아져서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장우 의원도 “‘이 정부가 새로울 줄 알았는데 오로지 과거를 들추는 일에 총동원됐다는 게 국민의 얘기”라며 “오죽했으면 현직 검사가 자살하겠느냐. 아무리 개인이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이 정부가 죽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장우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여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정부가 죽인 것이다’라는 표현이 이장우 의원의 본심은 아니라고 본다. 표현을 속기록에서 삭제하길 부탁하고 이 의원의 적절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 또한 ‘아침 7시 자녀들 보는 앞에서 부적절하게 검사의 자택을 압수수색을 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잘못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은 “압수수색에 들어갔는데 포렌식(증거분석) 위한 절차를 밟고 (아이들이) 등교 전이라 등교하는 시간까지 차가 나오고 담소하고 둘러보는 수준의 압수수색이었다”며 “무슨 인권침해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또 청와대가 정부 부처별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및 위원회 구성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내는 과정이 위법했다고 주장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이장우 의원은 “공문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직인이 찍혀있는데, 비서실장이 장관급인 국무위원들한테 공문을 내리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고 직권 남용”이라며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중앙행정기관장을 감독하는데, 대통령이 국무총리한테 지시할 내용을 총리를 ‘패싱’하고 내려보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업무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이었다”며 “적폐청산 TF를 구성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적폐청산위원회를 통해 내부문제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 제시를 해서 (각 부처가) 당연히 만들었을 것으로 간주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문건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수석은 “적폐청산은 특정 인물과 정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 부패 등과 연결된 제도, 시스템, 관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데 자연스럽게 문제와 관련된 인물이 있다 보니 ‘보복이다’ 이런 말씀이 나오는 것 같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문제가 잘 해결돼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지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