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기(70) 전 국정원장이 13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박 전 대통령 측에 금품을 전달한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다.
이 전 원장은 이날 9시 15분께 검찰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과 만나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지원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표시했다. 그는 “지금 안 그래도 위상이 추락돼 있는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 문제로 인해 여러가지 부담을 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특활비를 상납했는지, 재임 중 상납액을 증액했다는 의혹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나중에….” 정도로 말을 흐리며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내고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검찰은 남재준 전 원장 시절 월 5,000만원대이던 상납 액수가 이 전 원장을 거치며 월 1억 원으로 불어난 이유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권 시절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특활비 총 40여억 원을 박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특활비 전달자 역할을 한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을 구속한 검찰은 이들로부터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원장에 앞서 소환된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으로부터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여겨진 청와대 측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정권 국정원장 모두를 소환한 검찰은 조만간 상납의 최정점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단행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미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 등의 구속영장 혐의 사실에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공범 등으로 적시한 상황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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